'자금세탁방지’ 변호사·회계사에 이어 종교단체에도 협조 구해

2024-07-17 13:00:02 게재

FIU, 비영리단체 ‘테러자금 조달 악용’ 방지 차원

변호사·회계사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 추진

당국, 협회 찾아가 설명 … “공감대 형성에 주력”

금융당국이 변호사와 회계사 등 특정비금융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종교단체에 대해서도 협조를 요청하는 등 대상을 비영리기관(NPO)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특정비금융사업자에 대해 금융회사와 동일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도록 권고하면서 각국에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종교단체 등 비영리기관에 대해서도 테러자금 조달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 단체에 대한 조치들을 명확화하는 등의 국제기준을 지난해 제정했다.

FATF는 테러단체들의 자금 모집 수단 다양화 및 고도화로 전 세계적으로 테러 위험이 가중되는 현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 조치라고 밝혔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FATF 조치에 대한 이행을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국내 기독교 단체를 찾아가 자금세탁방지 활동에 대한 협조와 의심스러운 자금 이동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를 요청했다.

FIU 관계자는 “기독교 단체의 경우 해외 선교활동 등으로 가장한 자금세탁 우려가 있어서 협조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FATF는 NPO의 자금을 수령하는 단체가 테러리스트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등의 의심스러운 활동을 하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하고, 단체의 확인 가능한 모든 과거의 정보를 수집 및 자금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보고가 포함된 진술서 등을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자선단체인 GRF와 BIF가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모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여겼지만 9·11 사태가 터진 후 테러자금조달에 관한 강력한 조사를 통해 두 단체가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에 자금을 조달·제공한 사실을 밝혀냈다.

FAFT는 “NPO는 대중의 광범위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당한 규모의 자금에 접근할 수 있고 높은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NPO 활동과 자금은 테러조직의 테러활동 은폐와 테러자금조달에 이용될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다.

FIU는 기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자금세탁방지 활동을 요청하고 다른 NPO에 대해서도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국제적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 대상에 포함된 특정비금융업자에 대해서도 법적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특정비금융업자 범위는 변호사, 회계사, 공증인, 부동산중개인, 귀금속상 등이다. 2017년 관련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변호사 업계의 강한 반발로 법안은 국회 임기 만료(2020년 5월)와 함께 폐기 됐다.

FIU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법률·회계 등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자금세탁위험을 포착·예방하기 위해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에게 ‘선 자발적 협조, 후 제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FIU는 지난해 11월 한국공인회계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를 잇따라 방문해 특정비금융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도입 경과 소개와 정부 연구용역결과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 의무 도입 시행주체를 1단계의 경우 협회 주도로 자율 실시하고, 2단계에서는 FIU 주도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FIU 관계자는 “올해도 협회들을 찾아가 설명을 드릴 예정”이라며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FATF는 지난달말 총회에서 “부패 범죄 등 자금세탁을 예방하고 적발하는 게이트 키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정비금융사업자에 대한 각 회원국들의 국제기준 이행 현황을 점검한 결과에 대해 논의·확정했다”며 “각국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이행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7월 중 이를 포함한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FATF 권고를 이행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자금세탁방지 국제기준 이행과 관련한 국가간 상호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평가결과가 좋지 못하면 국가신인도 하락에 영향을 줘서 금융시장 불안과 금융거래시 비용 증가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FATF는 지난 2020년 한국에 대한 국제기준 이행 평가에서 특정비금융업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를 최우선 과제로 지적했다. 상호평가를 받은 국가는 3단계로 분류된다. 가장 높은 평가는 1단계(정규 후속점검)인데, 한국은 2단계(강화된 후속점검) 를 받았다. 한국은 2028년 상호평가가 예정돼 있다. FIU는 현재 ‘한국의 자금세탁, 테러자금조달 및 확산금융 범죄 관련 위험 진단 및 위험 대응체계 수립을 위한 사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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