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질적성장 전환, 부동산침체 일부 완화

2024-07-17 13:00:01 게재

블룸버그 “하이테크의 GDP 비중 상승으로 부동산공백 메운다” … 생산효율성 정체는 우려지점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중간에 위치한 인구 900만명의 도시 쉬저우(장쑤성 서북부)는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석탄 철강 시멘트 같은 중공업, 그리고 부동산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졌다. 2015년 중국 전역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쉬저우도 판자촌주택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면서 이후 5년간 부동산 투자와 그에 따른 가격 급등, 아파트 입주에 따른 가구 및 기타 세간에 대한 지출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급격한 부채증가를 우려한 정부당국이 급제동을 걸었다. 다른 2선도시와 마찬가지로 쉬저우도 2021년 이후 일부 주택가격이 절반 이상 급락하는 등 심각한 여파를 겪었다. 게다가 천연자원이 고갈되면서 탄광과 철강공장을 폐쇄해야 했다. 쉬저우는 그 대안으로 신에너지, 기계건설, 신소재 3가지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방향전환에 앞장선 대표적 기업이 ‘협흠과기(GCL 테크놀로지)’다. 이 기업은 태양광패널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세계 2위 제조업체다. GCL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입상실리콘(granular silicon)을 상업적으로 제조하고 있다. 이 방식은 실리콘 제조의 90%를 차지하는 기존기술 ‘지멘스공정’과 비교해 전력을 약 80%나 아낄 수 있다.

GCL은 이를 통해 비용과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생산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 5년 동안 쉬저우에서 5000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하고 450개 이상의 공급업체를 육성, 현지 녹색산업의 핵심동력이 됐다. GCL 폴리실리콘 사업부 부사장 쉬젠위는 “우리는 업계 추종자에서 선도자 위치로 올라섰다”며 “이 과정에서 기술혁신이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쉬저우의 사례를 들어 “중국 시진핑 주석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기술중심의 ‘질적성장’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3중전회서 ‘고품질 성장’ 다시 강조할 듯

중국은 이번주 월요일부터 베이징에서 5년마다 열리는 3중전회를 개최중이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기술 자급자족 체계를 구축하려는 결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중국이 ‘고속 성장’에서 ‘고품질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은 2017년 12월 “1960년대 이후 100개가 넘는 중진국 중 고소득국가로 성공한 나라는 12개국에 불과하다”며 “성공한 국가들은 모두 고속 성장기를 거친 후 양에서 질로 경제성장 동력을 전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단계에서 정체하거나 퇴보한 국가들은 고소득국가로의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가 시진핑 주석의 연설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23년 ‘고품질 성장’이라는 표현을 최소 128회 이상 사용했다. 2022년 대비 거의 2배에 달하는 횟수다. 올해의 경우 현재까지 66회 언급됐다.

블룸버그는 “시진핑 주석의 경제전환 정책이 부동산침체 등에서 오는 경제적 둔화를 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의약품과 첨단장비, 정보기술·통신장비와 서비스, 연구개발 등 중국 하이테크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1%에서 2026년 19%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테크 부문과 관련한 GDP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2% 증가했다. 명목 GDP 성장률 7%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전망은 해당 산업이 현재 성장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새로운 3대 산업’이라고 부르는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패널을 합치면 2026년 GDP 대비 비중은 23%로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는 GDP의 24%에서 16%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 부문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창 슈와 에릭 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전망에 대한 외부의 비관론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기관에 자문을 제공하는 중국 국책싱크탱크 ‘국가재정개발연구소’ 연구원 류뢰는 “중국은 현재 타국을 모방하는 단계에서 추월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번 3중전회에서는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기술발전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방침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블룸버그는 “기술중심 정책의 또 다른 측면은 부동산을 비롯해 기존 성장동인과 관련된 산업은 우선순위가 낮아진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쉬저우에서 정부가 중시하는 신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동용 침대 등 가구점을 운영하는 43세 여성 가오씨는 블룸버그에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춘절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며 "다른 업계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걱정스러운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신산업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려움 가중

중국 전역의 부동산시장 약세는 소비심리를 약화시켰다. 청년 실업률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또 자동차 등 격렬한 가격전쟁이 벌어지는 시장에선 기업수익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와 중앙은행은 전체 성장률이 수출급증에 힘입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경기부양 모드로 전환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외부 경제학자들은 5%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경우 중국에 추가부양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수요측면의 ‘복지주의’가 아니라 공급측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즉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제시하는 ‘소비가 경제를 주도하도록 경제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조언은 현재로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정부 전문가들은 고급제품의 공급을 늘리면 소비자들의 소유욕구를 자극하고, 이러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더 높은 급여를 지급하면 노동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여력이 커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쉬저우에서는 GCL과 함께 굴삭기 제조업체 ‘쉬저우 건설기계 그룹’과 ‘캐터필러’ 등이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표적 기업들이다. 그리고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도 쉬저우 2개 공장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정부고문인 리다오쿠이는 "기술발전으로 더 많은 돈이 기업의 손에 들어가는 반면 소비자 지갑에는 돈이 덜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많은 선진국에서 볼 수 있듯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중국정부는 2035년까지 ‘중진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1인당 GDP를 현재 1만2600달러에서 2만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연간 5% 내외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의 정책전문가들은 가치사슬을 끌어올리고 중간소득함정에 빠지지 않은 한국 등의 국가들을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한국의 성공을 재연하려면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과 자본 등 투입량이 동일하거나 심지어 감소하더라도 경제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이는 고령화로 중국 노동력이 10년째 줄어들고, 교량과 도로 등 부채기반 투자사업의 수익률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은행 고문 왕이밍에 따르면 중국의 총요소생산성은 2008년 이후 미국의 약 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생산량 증가분에서 노동증가분과 자본증가분에 따른 증가분을 제외한 것으로, 노동 자본 원자재 등 눈에 보이는 생산요소 외에 기술개발이나 노사관계, 경영혁신 등 ‘눈에 안보이는’ 부문이 얼마나 많은 상품을 생산해 내는가를 나타내는 생산효율성지표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인 경제성장이 정체되기 전, 한국과 일본의 생산성은 각각 미국의 60%와 80%에 달했다. 왕이밍 고문은 "중국이 더 빠른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는 것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맥쿼리그룹 중국경제책임자인 래리 후는 시진핑 주석의 추진력을, 1990년대 후반 아시아금융위기 이후 중공업에 집중하던 한국이 기술산업으로 전환한 것에 견줬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당시 한국과 달리 훨씬 더 적대적인 환경에 직면했다.

한국과 달리 적대적 외부환경 직면

중국이 값싼 전기차와 태양광패널을 글로벌시장에 쏟아내면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미국과 유럽 각국정부는 보호주의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에 호전적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올해 11월 재선에서 승리할 경우 중국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래리 후는 또 "중국이 기술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핵심은 기술 자체의 변화속도"라며 "AI와 첨단칩 제조와 같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중국은 그 속도를 따라잡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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