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만난 주민 1500명…'현장통통’ 효과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14개동 현장 방문
골목길 주민의견 듣고 현안사업 점검도
“연애시절부터 자주 왔어요. 요즘도 아내와 종종 오는데 산책로와 운동기구, 최근엔 벤치까지 정비가 잘 돼 더 자주 오게 되네요.”
지난 12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배봉산 정상에서 만난 주민 강 모씨는 “정이품송까지 정상에 심어져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재미까지 더해졌다”고 말했다. 배봉산 정상에서 자라고 있는 정이품송 5그루는 동대문구가 지난 4월 79회 식목일을 맞아 기념 식수를 한 것이다. 배봉산에 이야기거리를 더하기 위해 충북 보은군에서 정식으로 분양을 받았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동대문구에서 더 많은 인재가 배출되길 기원하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고 말했다.
배봉산에 오른 이 구청장은 산책길 여러 곳에 설치된 운동기구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그는 “얼마 전 길에서 만난 어르신에게 ‘고장난 운동기구를 고쳐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디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각종 기구들을 직접 움직여보거나 앉아 봤고 근력 운동기구에서 고장 부위를 찾아냈다.
산 아래에선 폭포 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배봉산숲속폭포로 이름 지은 인공폭포는 이 구청장이 취임 후 공을 들인 사업 중 하나다. 배봉산야외광장 주변, 과거 채석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재활용했다. 최대 높이가 17m, 폭 34m 규모로 폭포 전면에는 이용객이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수조와 분수도 만들어진다. 또 경관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까지 더해져 폭포 가동이 어려운 겨울과 야간에도 이색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꾸며진다. 이 구청장은 “당장 올 여름부터 이용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서 공사를 서둘렀다”고 귀뜸했다. 구 관계자는 “비 때문에 변경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오는 20일 개장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일 내린 비 때문에 이동이 어려웠지만 이 구청장은 전농2동주민센터와 인근 SK아파트 상가로 다음 걸음을 옮겼다. 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안사업 추진상황을 점검하는 도중, 이 구청장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주민이 제법 됐다. 주민 중에는 집 주변 공공 공사장 소음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구청장은 꼼꼼히 수첩에 적었고 “일정을 마친 뒤 담당 부서 직원에서 바로 챙겨 달라고 당부하겠다”고 답했다.
◆현장 목소리 구정에 반영 = 100여개 점포를 일일이 돌며 인사를 나눈 뒤엔 송림섬유를 찾았다. 이 회사 강신지 대표이사는 익명 후원을 지속하고 있는 지역의 ‘기부 천사’다. 동행한 김경옥 전농2동장은 “한부모가정 자녀 장학금, 장애인 가정 병원비 후원 등 이웃을 위한 나눔에 적극 동참하는 분”이라며 “익명을 요청했지만 좋은 일은 더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구청장과 함께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일정은 동대문구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현장 통통’ 사업의 일환이다. 14개 동을 방문해 주민과 만나고 현장 목소리를 구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평소 이 구청장이 강조했던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구현해보려는 현장 행정인 셈이다.
민선 8기 2년을 맞아 주요 민생현장을 점검하려는 취지도 담겼다. 특히 이번엔 굵직한 현안 외에 주민들 생활 속 불편을 청취하는데 중점을 뒀다. 구 관계자는 “하루에 6~7개 방문지를 도보로 이동하면서 주민들을 만났고 덕분에 2주 사이에 1500명이 넘는 주민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지역 곳곳을 걸으며 청취한 현장 목소리를 구 정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는 등 주민들과 함께 동대문구의 밝은 미래를 그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