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전공의 ‘결원 규모’ 확정할 듯

2024-07-17 13:00:19 게재

17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보고해야 … 하반기 모집서도 지원율 저조 우려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사직처리 마감시한이 하루 지난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가운데 각 수련병원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한 ‘결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각 병원의 사직 또는 복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처리를 놓고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수련병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이날까지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를 마치고, 결원을 확정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각 병원에 제시한 사직 처리 마감기한은 지난 15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15일 정오 기준 전체 211곳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 중 1155명(8.4%) 만이 출근했다. 출근자는 이달 12일(1111명) 대비 44명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애초 수련병원은 전공의들에게 마감 시한까지 복귀하지 않거나,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일괄 사직 처리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거센 내부 반발에 병원들 고심 = 그러나 병원들은 무응답 전공의 일괄 사직 처리에 대한 내부 반발 등에 16일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을 향해 “‘일괄 사직 처리’와 같은 본인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폭압적인 처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며 “합리적 결정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40개 의대 수련병원 교수 대표 역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 신청에 즈음하여 보건복지부와 수련병원장들에 드리는 권고문’에서 같은 취지로 제안했다.

이들은 “개별 전공의의 복귀·사직 여부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는 것은 현 사태를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사직하겠다고 응답한 전공의를 사직 처리할 경우 사직서 수리 시점은 해당 전공의 의견을 존중해 합의한 대로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전공의들이 하반기 결원 모집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직서를 일괄 수리할 경우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의대 교수는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서를 일괄수리하겠다는 병원 방침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많다”며 “지금 사직서를 일괄 수리해버리면 내년 3월에 전공의들이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 따를 수 밖에” = 하지만 병원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상 사직서 처리를 더 미루기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정한 일정에 따라 하반기 전공의 정원(TO)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일 각 수련병원에 전날까지 소속 전공의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으로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특히 공문에는 “전공의 결원 확정과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신청 조치를 기한 내 이행하지 않는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직서 수리 시점도 정부 방침에 따라 ‘6월 4일 이후’로 결정될 전망이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이 아니라 실제 사직서를 낸 2월을 사직 시점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정부와 각 병원에 요구해 왔다. 사직 시점이 6월이 되면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공의들이 2월에 사직서를 제출했더라도,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된 6월 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강조해왔다. 서울대병원은 사직서 수리 시점을 7월 15일로 정하기로 결정하되, 사직 합의서를 작성한 전공의의 경우 사직 효력 발생 시점이 2월 29일자로 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대부분 병원들도 6월이냐, 7월이냐를 고민하는 것뿐이지 사직서 수리 시점을 전공의 요구에 따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은 소위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분야에서 만성적인 전공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일괄 사직에 대한 내부 반발이 있어 논의 중이지만, 하반기 전공의 모집 등 일정을 고려하면 정부 방침에 따라 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반기 모집 실패 가능성 높아 =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냉담한 전공의들 반응으로 봐선 하반기 모집에서도 지원율이 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결국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향해 하반기 모집을 통해서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대비책에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이번 사직 내지 복귀 결과를 보고 (전공의들을) 더 설득하고 전공의들이 관심 갖는 정책 분야에 대해 가시적인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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