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아파트값 담합 SNS ‘방장’ 송치
저가 매물 나오면 대화방에 공인중개사 공개
부동산 플랫폼에는 ‘허위매물’로 신고하기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파트값 담합을 부추긴 단체대화방이 서울지역에서 처음 적발됐다. 대화방을 운영한 ‘방장’은 검찰로 넘겨졌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아파트 집주인만 모인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집값 담합을 주도한 혐의(공인중개사법 위반)로 방장인 A씨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A씨는 아파트 소유자만 단체대화방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대화방에는 최고 200명 넘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방에 참여한 아파트 소유자들은 온라인 부동산 정보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 광고를 모니터링 했고, 매매 가격을 높이도록 유도했다.
A씨와 대화방에 합류한 소유자들은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아파트를 특정 가격 이하로 광고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대화방에 참여한 소유자들은 특정 공인중개사가 시세보다 낮은 매매가격으로 광고를 하면 ‘중개대상물 가격이 너무 낮다’ ‘그런 부동산은 응징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더 나아가 해당 공인중개사와 실명, 사진 등 ‘신상털기’와 ‘좌표찍기’도 이어졌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이 운영하는 허위매물 신고센터에 ‘허위매물’이라며 공인중개사들에게 심리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심지어 공인중개사가 아닌 이웃주민인 아파트 소유자도 괴롭힘 대상이었다. 아파트 소유자가 사정상 급매를 내놓은 경우에도 전화나 문자로 항의했다.
공인중개사법 제48조에는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공인중개사의 표시 및 광고 행위를 방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안내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권순기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아파트 소유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개업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방해한 사례”라며 “최근 호가가 많이 오른 아파트 중심의 단체대화방, 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유사 행위 등 부동산 가격 왜곡 행위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부동산을 비롯한 민생경제사범에 대해 스마트폰 앱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와 인터넷 ‘서울시응답소’(eungdapso.seoul.go.kr) 120 다산콜 등을 통해 신고를 받는다. 신고·제보 내용에 따라 최대 2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
오승완·이제형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