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일제 근로자, 교대 후 사망 “업무상 재해”
법원 “1주 평균 76시간 근무 … 만성적 과로” 인정
격일제 교대 근무하는 근로자가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운전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7년 5월 자가차량을 운전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10일 후 사망했다. A씨는 당시 B회사의 상가 오피스텔에서 격일제 교대근무로 기전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A씨는 쓰러지기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은 76시간을, 직전 1주 근무시간은 87시간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근로계약서상 보장돼 있는 야간휴게시간 2시간도 실제로는 휴식을 취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사고 당시에도 밤새 근무한 뒤에도 별다른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운전했고, 불과 3시간 후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유족은 “A씨가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한 심실세동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인인 심실세동은 상병이 아니라 사망에 이르는 과정 내지 결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심실세동은 충분히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는 질병에 해당한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실세동은 심실에 분당 350~600회씩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면서 유의미한 혈액박출이 불가능한 상태로서 부정맥의 한 종류”라면서 “A씨는 실제로 심장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내역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는 정상범주를 벗어나지 않았고, 그 외에 달리 심장질환 위험인자도 없었다”며 “만성적인 과로와 그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A씨의 심장에 부담을 누적시켰고, 심실세동이 발생해 사망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