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으로 서울도시철도사업 차질
위례신사선, 민간사업자 사업 포기해
서부선, 서울시-업체 사업비 줄다리기
서울 재건축 시장을 덮친 공사비 급등 사태가 도시철도 사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19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GS건설이 서울 경전철 위례신사선 사업을 포기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시는 사업비를 증액해 부랴부랴 새 사업자를 찾고 있다. 희망업체가 나타나지 않으면 국·시비가 투입되는 재정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은평구 새절역과 관악구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서부선도 공사비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민간투자사업심의를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준공 시점까지 총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제동을 걸었다. 공사비를 두고 서울시와 업체 간 이견이 촉발됐다. 업체와 서울시 모두 할 말은 있다. 두산은 급등한 각종 비용 때문에 사업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시는 기재부 눈치 때문에 무작정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예타 통과돼도 공사비 문제 여전 =
최근 서울시 안팎에선 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의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다. 사업성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강북권 철도사업들이 줄줄이 예타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타 통과가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값·인건비 인상 등 공사비를 올리는 요인들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와 거기서 비롯되는 수익성 문제는 사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언제든 사업 포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예타 역시 공사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예타 통과는 비용 대비 편익(B/C)값이 핵심이다. 1을 넘어야 사업 추진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이를 정하는데 결정적 변수가 되는 건 수요예측과 적정 사업비다. 최근 강북횡단선 목동선 등이 줄줄이 예타에서 떨어진 건 늘어난 공사비 탓도 있지만 수요 예측에도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수요는 적게 잡고 비용은 올라가다보니 당연히 B/C값이 0점대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철도사업 구조 근본적 개선 필요 =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진 지금이 근본적 체질 개선 기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도시철도 사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시 인프라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인 건 맞지만 민자사업자들이 운영 수익으로 수익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철도사업 계약에서 핵심은 ‘운영구조’라는 말이 나온다. 건설 비용을 대는 대신 이후 수익 배분 또는 적자 발생 시 차액을 누가 얼마만큼 부담할 것인지가 사업 참여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초기 건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운영 적자 전액을 보장해주는 계약을 맺어 문제가 된 지하철 9호선이 대표적이다. 이후 서울시는 기존 계약을 뒤집기 위해 수년간 업체와 갈등을 빚었고 가까스로 공공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예타 통과를 위해 사업비를 지나치게 깎아서 초기 계획을 수립하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낮은 가격으로 시작한 뒤 중간에 수차례 설계 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올린다”며 “업체의 증액 요청을 무조건 들어줄 수 없으니 공공은 버티고 할 수 없이 소송을 벌이는 일이 관행처럼 벌어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업체의 사업 포기, 적자 누적으로 인한 파산 선언 등으로 공사가 늦춰지거나 멈추면 결국 돈과 시간, 교통 불편 모두 시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면서 “공사비 급등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불가피하게 사업 지연이 발생한 만큼 이번 기회를 도시철도 사업 구조의 근본적 체질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