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 ‘세컨드홈’ 마련 쉬워질까?
22대 국회 세제특례 법안 잇달아 발의
'생활인구 확대' '빈집문제 해결' 기대
정부에 이어 국회가 세컨드홈(두번째 집) 활성화를 위한 세제특례 법안을 잇달아 발의해 눈길을 끈다.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두번째 집을 취득해도 1가구 1주택자와 동일하게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특례의 골자다. 세컨드홈 수요가 있는 도시 거주자들을 지방도시 정주인구로 흡수해 지방소멸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다.
이달희(비례대표)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인구감소지역 세컨드홈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생활인구 유입을 확대하고 부동산거래 활성화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으로 지역경제를 지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 1일 세컨드홈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의 특징은 세제특례 대상을 인구감소지역 전체로 확대하는 것과 인구감소지역 주택을 과세표준 합산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배준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국민의힘 의원도 9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도 기존의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소재 주택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주택을 취득할 경우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측면에서 1세대 1주택 세제특례를 적용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달 21일에는 박대출(경남 진주시갑)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내놨는데,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상지역을 인구감소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비수도권 전체로 넓힌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세컨드홈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이미 시행 중이다. 지난 1월 4일 기획재정부가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세컨드홈 활성화’ 방안을 처음 내놨다. 이어 4월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는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의 하나로 세컨드홈 활성화를 제시했고, 행정안전부는 관련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세컨드홈 정책은 생활인구 유입을 늘리고 지역에 활력을 높이는 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다”며 “도시 주민이 완전한 귀농귀촌을 하지 않더라도 인구감소지역에 세컨드홈을 마련해 주기적으로 방문하면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컨드홈 정책에 더해 유연거주제 복수주소제 등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장은 “현재 추진 중인 생활인구 정책은 정주인구보다 체류형 생활인구 확보에 중점을 둔 한계가 있다”며 “향후 생활인구가 체류에서 정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세컨드홈 정책과 더불어 유연거주제 복수주소제 등 혁신적 인구관리 정책을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국회가 세컨드홈 제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빈집 문제 해결과도 관련 있다. 인구감소지역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세컨드홈 제도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최정현 충남연구원 초빙책임연구원은 빈집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최 연구원은 11일 국회에서 신성범 의원 주최로 열린 ‘빈집문제 해결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빈집은 범죄·화재·붕괴 등 주거안전 문제를 야기해 소방사무를 위해 소요되는 행정비용이 과도하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역자원시설세(소방분)를 부과하는 차원의 빈집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빈집세를 도입한 나라들은 적지 않다. 영국은 2013년부터 2년 이상 비어있는 주택에 지방세를 50% 이상 추가로 부과할 수 있는 빈집 프리미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빈집세를 최대 300%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세제를 개편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2017년부터 1년 중 6개월 이상 비어있는 주거용 부동산에 과세표준 금액의 1%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에는 3%, 2023년에는 5%를 부과세율을 높였다. 현재 다시 3%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빈집세는 유지하고 있다. 일본 교토시는 2022년 별장·빈집세 조례안을 제정, 2026년부터 빈집 1만5000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