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중국출장 ‘차별화’ 신호탄?
28일부터 충칭· 베이징 잇따라 방문
임정 청사 방문, 현 정부와 다른 행보
정부 대신 '실리외교·민생사안' 챙겨
오세훈 시장이 중국 출장길에 오른다. 서울시장의 중국 방문은 2018년 이후 6년만이다. 현 정부의 미·일 중심 외교전략으로 한·중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출장에 정치권과 시 안팎의 관심이 모인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중국 충칭과 베이징을 방문한다. 두 도시와 문화·관광·경제 교류를 재개 또는 활성화 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 그 가운데서도 대표격인 두 도시 정책을 탐구해 서울에 적용할 방안도 모색한다. 서울바이오허브와 충칭양강신구개발투자그룹 간 업무협약을 맺는 등 경제·산업 분야 협력도 추진한다.
◆통상적 출장이라지만 … = 당초 서울시와 베이징시는 지난해 친선결연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오 시장의 베이징 방문도 적극적으로 검토됐다. 하지만 한·중관계 경색이 발목을 잡았다. 오 시장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변화가 생겼다. 북한과 러시아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면서 틈이 생긴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직후 미뤄왔던 중국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들은 이 같은 배경을 들어 이번 중국행이 통상적인 일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치권 관측은 다르다. 방문지부터 눈에 띈다. 오 시장은 충칭 첫 공식일정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는다. 백범 김구 선생 흉상 묵념, 독립유공자 후손과 간담회 및 감사인사 전달 등 일정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추진해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흉상 철거를 주장하는 세력 중 일부는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임정 설립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건국절 논란이다. 옛 임정 청사를 찾고 그들의 후손을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 현 정부 행보와 반대된다.
◆중국 첫 일정, 임시정부 청사 방문 = 시기에 주목하는 분석도 있다. 현재 국내 정치권은 거대양당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로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다. 22대 국회는 개원식도 열지 못한채 정쟁을 거듭하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여의도 정치의 진흙탕 싸움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시기에 서울시장이 정부보다 앞서 외교와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며 “관광·문화·기업 교류는 모두 민생 사안이며 현 정부의 미·일 편중 외교와 달리 실리위주 외교를 펼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소장은 “당의 총선 패배 이후 정치 관련 메시지를 종종 내곤 했지만 정치인 오세훈의 최대 자산은 ‘진흙탕 현실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이미지”라며 “정치인 이름이 붙은 최초의 법안인 ‘오세훈 3법’이 그 상징이며 이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생에 초점이 맞춰진 출장 일정도 현실 정치와 차별화 시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을 찾아 서울시와 연계할 창업생태계 발전방안, 스타트업 육성전략을 공유한다.
베이징 한복판에선 서울홍보 프로모션에 참여해 시민들을 만난다. 현지 기업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도 잡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혐한 분위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은 중국 현지 기업들로부터 정부가 안하니 서울시라도 대중 관계 개선에 힘써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며 “정치적 환경상 운신 폭이 좁은 정부를 대신해 지자체 맏형 격인 서울시가 안정적인 대중국 비즈니스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