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신중년에 눈 돌리는 지자체
저출생 고령화로 ‘신중년’ 인구 급증
일자리 금융상담 건강 등 종합 지원
은퇴를 앞둔 중년세대에 대한 지원책을 고민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신중년(50~69세)으로 불리는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노인 아동청소년 청년 등과 달리 각종 지원정책에서 소외된 세대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대한 준비도 부족하다.
24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때부터 정부와 지자체들은 5060 중장년층을 ‘신중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로 한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고용정책 대상을 넓히기 위해서다. 현재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함한 신중년 인구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지자체들은 이에 맞춰 신중년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경기 광명시는 한발 더 나가 이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광명시 인구 약 28만명 가운데 신중년은 7만514명으로 전체의 25.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인생이모작센터 등에서 일자리 중심의 정책을 펴왔지만 금융 건강 봉사 등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 은퇴자 지원정책 수립에 착수했다. 일명 노후대비 프로젝트다. 올 들어 신중년을 주제로 2차례 시민토론회도 열었다. 광명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평생학습지원금(50세 시민에게 30만원 지급)과 지난 4월 문을 연 ‘인생플러스센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노후대비 프로젝트는 노인이 되어서 노후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50세부터 미리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도록 교육부터 창업 금융설계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게 핵심”이라며 “내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데 시민들이 노년에도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원특례시 산하 수원시정연구원은 올해 초 중장년 실태조사를 벌여 은퇴 후 안정적 삶의 보장을 위한 다차원적 재기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시정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원시 중장년의 47.2%만이 퇴직후 근로활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근로활동 희망연령은 65세 이상~70세 미만이 42.3%에 달했다. 김성진 수원시정연구원장은 “수원시 중장년 2명 중 1명은 노후 준비가 부족하고 ‘노후설계’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수원시 신중년인생이모작지원센터 등에서 중장년 특수성을 고려한 취업특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자체들도 신중년의 인생 2막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광주·전남 역시 신중년 인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기준 광주의 신중년 인구는 41만8359명으로 전체 142만여명의 29.45%를 차지한다. 5년 전엔 광주시 전체 인구의 26%(37만8020명)을 차지했다. 전남은 지난해 전체 인구의 33.68%(60만8549명)가 신중년이다.
광주시는 ‘빛고을 50+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곳은 한해 1만여명이 이용하는데 신중년들의 커뮤니티의 장이자 취미활동을 하는 아지트, 수업을 받는 학교로 불린다. 빛고을 센터의 주요사업은 △생애 재설계 상담 △정보제공, 전문기관 연계 △생애전환 교육 △일, 사회 공헌활동 △커뮤니티 지원 등이다. 전남도는 ‘전남 신중년 일자리 지원센터’를 동부센터(순천)와 서부센터(무안) 2곳에서 운영한다. 전남지역 신중년의 맞춤형 일자리 지원 기관으로 조기 퇴직과 은퇴 이후 노후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중년 맞춤형 상담 및 취업지원, 신중년 특화교육 운영·지원, 귀농·귀촌인 대상 교육 지원, 창업교육·컨설팅·멘토링 지원 등의 내용이다.
충남에선 최근 신중년 특화 귀농·귀촌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충남경제진흥원 인생이모작지원센터가 충남귀촌귀농학교(서천군 소재)에서 진행했다. 체험형 지역융화 프로그램을 통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신중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 새로운 인생이모작 모델을 발굴·확산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충남 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현재 △인생재설계 및 신중년 전문강사 양성 교육 △구인·구직 만남의 날 △신중년 플랫폼 및 동아리 지원 △참여형 귀농·귀촌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찬배 진흥원장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신중년들에게 현장 중심의 교육과 체험 기회를 제공하여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도내 신중년의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