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차세대 쇄빙연구선’ 또 유찰
23일 다섯번째 무응찰
총사업비 증액 불가피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가 추진 중인 차세대 쇄빙연구선 도입 사업이 기약없이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25일 해수부와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23일 마감한 차세대 쇄빙연구소 건조사를 선정하는 입찰이 또 무산됐다. 이번에도 응모한 업체가 없었다. 지난해 9월 이후 다섯번 째 유찰이다. (내일신문 7월 23일자 ‘해수부 27개 정책 예산집행 허점’ 기사 참조)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남극 북극 연구를 위한 필수시설이지만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조선소들은 정부 발주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가 책정한 건조비와 조선소들이 고려하는 건조비용의 차이가 큰 것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2022년 시작해 2026년 완료하기로 했던 사업이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 유찰되자 올해 3월 사업기간을 2029년으로 연장하고 다시 공모를 진행했다.
하지만 6월 18~7월 10일(네 번째 유찰)에 이어 7월 10~23일 다섯번째 입찰도 실패했다. 지난해 8월 확정된 총사업비 2605억원을 그대로 두고 일부 예산 항목을 소폭 조정했지만 조선소들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18일 ‘2023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를 통해 “쇄빙선 건조사업의 사업기간이 3년 연장되긴 했지만 선박건조사들이 쇄빙선 건조사업의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할 경우 응찰하는 업체가 없거나 적어서 건조사 선정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게 현실이 됐다.
국내 조선소보다 건조비용이 낮은 외국조선소가 응찰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극지연구소는 “조선산업이 확보돼 있는 국가에서는 관공선이나 연구선 건조를 자국에서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능력을 보유한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우선 추진하고 있고 현재 해외 입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가 현재 운용 중인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한국해사기술(기본) STX조선(실시)이 설계하고 HJ중공업 (옛 한진중공업)이 건조했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설계 건조를 한 회사에서 담당하는 턴키방식으로 진행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현재 운용 중인 아라온호에 비해 쇄빙능력과 친환경 연료 활용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차세대 연구선은 아라온호(1m)보다 두꺼운 1.5m 두께의 얼음을 3노트로 쇄빙할 수 있고, 연료는 저유황 경유(디젤엔진)와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를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총톤수는 1만6560톤으로 아라온호(7507톤)의 2배가 넘고, 승선인원은 아라온호보다 15명 많은 100명이다. 선박 가운데 대형 개구(moonpool)가 있어 연구장비를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고, 연구장비도 탈·부착식으로 해 공간활용 효율성이 높다.
예정처는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이 지연될 경우 신조선가 상승으로 향후 총사업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기존 아라온호의 부담이 가중되며, 극지 연구일수와 연구범위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며 “해수부는 이 사업이 추가 지연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