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 여행 1
100개의 섬, 100개의 길…하나로 잇다
내내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100개의 길이 있다. 길들은 모두 섬에 있다. 제주 올레를 시작으로 걷기 바람이 불면서 전국 섬들에도 우후죽순 걷기 길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유명세를 얻은 극히 일부 섬길을 제외한 대다수는 걷는 사람도 없이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다. 우리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길들이 방치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단법인 섬연구소(이사장 박재일)에서 섬길을 되살리기 위해 ‘백섬백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섬마다 흩어져 있는 100개의 섬길들을 하나로 연결해 대한민국 섬둘레길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현장 답사를 통해 우리나라 4000여개 섬 들 중에서 아름답고 걷기 좋은 길 100개를 선정했다. 길마다 숨겨져 있는 역사 문화 스토리를 찾고 지도를 그리고 교통편 숙식 등 편의시설까지 섬과 섬길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취합했다. 100개의 섬 100개의 섬길을 하나로 연결했으니 백섬백길이라 이름 짓고 지난해 7월 웹사이트( https://100seom.com) 를 열었다.
이 사이트에는 100개 섬길 728.4㎞에 대한 정보들이 들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어느 섬에 무슨 길이 있는지 모른다. 길들이 섬마다 분산되어 있어 찾기도 어렵다. 보석같은 길들이 숨어 있지만 몰라서 못 걷는다. 백섬백길 웹사이트에는 1코스 통영시 연대·만지도 지겟길부터 100코스 울릉도 해담길까지 100개의 섬길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섬길에서는 참으로 귀한 것들을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옹진군 대이작도 갯티길에서는 25억년 된 한국 최고령 암석을, 소청도 지오트레일에서는 10억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만날 수 있다, 여수 사도 둘레길에서는 백악기 공룡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을 수 있고 옹진 승봉도와 송이도에서는 50만평이나 되는 거대한 바다 평원인 풀등을 체험 할수 있다. 대청도와 신안 우이도에서는 섬 속의 사막을 걸을 수 있다.
강화군 볼음도에서는 900년 전 북녘에서 떠내려온 천연기념물 은행나무와 집단서식하는 저어새떼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 하의도에서는 333년 동안의 저항으로 조선의 공주 가문에 빼앗겼던 농지를 되찾은 농민항쟁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완도군 소안도에서는 무려 89명이나 되는 소안도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족적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여수시 연도에서는 해적 망루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서 숨겨두었다는 보물 이야기를 엿들을 수도 있다.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섬의 날’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과 함께 공감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올해 제 5회 섬의 날은 “섬, 좋다”는 주제로 행정안전부와 충청남도, 보령시가 주최하는데 9~10일에는 백섬백길 걷기 대회도 열린다. 제주올레 창시자 서명숙 이사장, 영화배우 류승룡과 함께 백섬백길 72코스 보령시 삽시도 둘레길과 73코스 효자도 둘레길을 걷게 된다.
참가자 모집은 이미 마감됐지만 안내자가 없어도 얼마든지 쉽게 걸을 수 있는 길들이니 올 여름 휴가에는 이 섬길들을 걸어 보시라. 분명 섬길은 지친 우리 삶에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충전시켜 줄 것이다.
올해 섬의 날을 앞두고 100개의 섬길을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
공동기획 : 섬연구소·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