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 ‘사실상 교육불능 상태’ 주장
복지부 앞서 ‘증원 철회’ 집회 열어
수평위 내 전공의 추천 위원 확대도
의대 교수들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철회할 것을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갑작스럽고 과도한 증원에 사실상 ‘교육 불능 상태’라는 주장이다. 특히 주요 수련병원 소속 교수들이 정부 주장처럼 교육 당사자인 전공의 권익을 보호하려면 수련평가위원회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이들의 추천 위원 비율 확대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강원대병원과 충북대병원의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를 찾아 의대 입학정원 증원 취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교수들도 병원 떠나” = 이들은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2025년 의대 증원 취소 집회’를 하루 앞둔 25일 성명을 내 “만약 한 학급의 학생이 49명인 초등학교의 선생님께 내년부터는 132명, 200명을 가르치라고 하면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증원에 따라 교육 여건이 악화할 것임을 주장했다.
49명은 강원대와 충북대 의대의 현재 정원을, 132명과 200명은 각각 내년도에 늘어날 정원을 뜻한다.
비대위는 또 잘못된 증원 정책에 학습권 등을 박탈당한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은 경상대병원에서 10명, 충북대병원에서 6명, 강원대병원에서 3명이 병원을 떠났다. 또 충북대병원에서 교수 10명이 사직했고, 강원대병원에서는 23명이 사직했거나 사직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이제는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오더라도 제대로 교육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있다”며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님께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취소를 엄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선진국선 공무원의 수평위 당연직 참여 없어” = 또한 교수단체들은 정부가 복지부 장관 추천 위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련평가위원회(수평위)의 중립성을 위협한다고 반발했다.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 의대 등 6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보건복지부는 얼마 전 수평위에 전공의 위원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는데 이제 와서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을 확대하는 입법 예고를 통해 오히려 수평위에 대한 복지부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수평위는 전공의 수련 정책과 제도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복지부에 설치된 심의기구다. 복지부는 최근 수평위의 전문적 역량을 강화하고자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을 현행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전공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는 전문가 위원을 늘리려는 것이 전공의 위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의료계가 이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수 비대위는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회의 일정과 안건을 통보해 현재 수평위는 요식적인 의견수렴을 위한 ‘식물기구’ ‘거수기’라는 지적이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복지부 공무원의 수평위 당연직 참여는 찾아볼 수 없다. 복지부 담당자의 수평위 당연직 참여는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교육 수련 과정과 수련 환경 평가를 수행하는 독립적인 기구로서 수평위를 재정립하라”며 “전공의법 개정을 통해 수평위 내 전공의 추천 위원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도 지난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행령 개정은) 명백한 정부의 기망 행위“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전공의 위원을 늘리고자 한다면 전공의 특별법 시행령 제7조 제1항 제3호를 개정해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가 아닌 ‘전공의 대표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