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전문의중심으로 전환 ‘가속도’
9월 전공의 모집·의대생 국시에 소수 지원 … 다음달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편안 마련
9월 전공의 신규 모집과 의대생 4학년의 의사국가시험에 소수만 지원함에 따라 수련병원들의 전문의중심으로 구조전환이 불가피해졌고 가속도를 붙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에 의존하지 않는 수련병원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개편안을 8월에 낼 계획이다.
28일 정부와 병원계에 따르면 수련병원의 전공의 부재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 하반기 모집에 지원자가 소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시험을 치뤄야 하는 의대생 4학년의 지원도 11%에 그쳤다. 국시 참여자가 적고 하반기 전공의 수련의 지원이 적으면 올 2월부터 진행된 전공의 부재는 올해를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정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7645명이다.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지 않도록 특례를 적용했지만 하반기 모집에 지원할 전공의는 소수에 그칠 분위기다. 28일 오전 서울지역 빅5병원 관계자들은 전공의 하반기 수련 지원수에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전공의 대다수는 일반의로서 동네의원로 가거나 입대 등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수련병원 비대위 교수들은 전공의 교육을 거부하고 나서 전공의 수련지원 환경은 더 나빠졌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등은 “전공의 9월 모집은 사직한 전공의 자리는 그대로 보존하고 원래 취지대로 3월 결원에 대하여만 진행돼야 한다. 전공의 하반기 모집을 진행할 때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오히려 막게 해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예비 의사인 의대4학년도 대다수 국시에 응시하지 않았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의대 본과 4학년 3000여명 중 5% 수준인 159명만 원서를 냈다. 전년도 국시 불합격자와 외국 의대 졸업자들까지 포함해도 내년 시험 원서 접수자는 346명에 불과하다. 의대생의 국시 불참은 당장 의료공백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수련병원의 내년도 전공의 유지에 영향을 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혀온 수련병원의 전문의중심병원으로 전환 계획은 더욱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8월 말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의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시행 중인 비상진료체계 위에 전공의 인력에 의존하지 않는 전문의중심 진료체계로 상급종합병원을 개편한다. 9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협력체계를 강화·확대한다. 진료인력 측면에서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의사 간호사 교육·훈련을 시행한다.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로 팀을 꾸린다. 이들의 안정적 활동을 위해 국회서 논의 중인 간호법을 제도화한다.
복지부는 장기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에서 전공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은 40%정도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 병원은 약 10% 수준이다.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인 근무 여건 개선도 계속 추진한다. 전공의 근로 시간을 주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이고 연속 근무시간을 24시간으로 단축한다. 지도전문의를 확충하고 수련 비용 지원 등 국가 책임도 강화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하는 진료 체계도 확립한다. 응급 심뇌 외상 고위험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를 강화하는 한편 일반병상은 최대 15%까지 줄인다.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환자는 진료협력병원으로, 경증환자는 의원급에서 담당하도록 진료협력체계도 강화한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확장 경쟁을 막기 위해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을 검토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은 10병상당 전문의 수가 21.7명이다. 국내 병원들은 가장 많은 경우가 4.8명 수준이다.
지방 한 병원장은 “세계 유수의 병원들은 병상경쟁을 벌이지 않고 중증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희귀난치질환을 연구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며 “우리나라 큰 병원들도 중증환자 진료에 매진하고 중등증-경증환자를 두고 지방 병의원과 경쟁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9월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편 시범사업 등 의료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대생과 전공의 관련 이슈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면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한 의료개혁 추진에 힘쓸 계획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