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코인시장 육성 압박’ 커졌지만

2024-07-30 12:59:59 게재

가상자산(코인)시장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에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7일 비트코인 행사에 참석해 “미국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구적 국가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바이든행정부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미국 미시간주 연기금은 최근 비트코인 EFT 시장에 참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ETF를 승인해준 것이나 트럼프 등 후보자들이 코인시장에 대한 친화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코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코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 2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도 코인시장은 중요한 이슈였다. 여야 의원들은 코인시장 육성에 중점을 뒀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의 제도적 미비로 인해 가상자산시장이 미국에 끌려가거나 국내 투자자들이 불이익을 받으면 안된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여부에 대해 물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시장에서 법인·기관투자자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질의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과거 가상자산시장이 혼란을 겪었던 과정을 보면 지금 정책은 투자자 보호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국내 코인시장 이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645만명이었고, 올해 상반기 7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점을 찍으면서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한 영향이다. 코인시장 육성은 곧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소재이고 정치권은 유권자의 관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섣부른 코인시장 육성 정책은 자칫 국내 자본시장의 급속한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생산적인 자금과는 거리가 먼 코인시장은 자본시장과 달리 투입되는 자금이 회사에 대한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 미국 시장은 전세계 자금이 몰리는 만큼 투자자 이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안된다. 한국 원화를 이용한 코인 거래규모가 전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국내 코인시장은 규제완화 또는 시장 육성 정책에 훨씬 뜨겁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외부의 강한 압박이 있더라도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손 놓고 있기보다는 주요국들의 추세를 고려해 중장기적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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