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감세 앞서 지방재정 대책부터 세워라

2024-07-30 12:59:59 게재

정부가 지자체에 내려 보내는 교부세는 세가지 종류가 있다. 교부세는 정부가 지역 간 수입 차이를 줄이고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지자체에 내려주는 예산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하니 균형재원이라고 부른다.

교부세 가운데 가장 액수가 큰 것은 내국세의 19.24%를 떼어 지자체에 내려 보내는 보통교부세다. 특별교부세도 있지만 이는 보통교부세를 보완하는 성격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수요가 발생했을 때만 지자체에 주는 돈이라 규모가 크지 않다.

다음이 부동산교부세다. 부동산교부세는 2005년 부동산 세제개편으로 지방세 수입이 감소한 부분을 보전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도입됐다.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수입 전체를 중앙정부가 걷어 지자체의 재정 부족분을 채워준다. 이밖에 소방안전교부세는 주요 화재원인인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액의 45%를 중앙정부가 광역자치단체에 내려주는 재원이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부세는 아니다.

윤석열정부 감세정책 직격탄 맞은 지자체

이 가운데 보통교부세와 부동산교부세가 매년 줄어들고 있어 지방재정상황이 악화됐다. 부동산 거래 절벽 등 경기한파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현 정부의 감세정책도 주요원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통교부세는 당초 66조6000억원이 편성됐지만 내국세가 감소해 실제 지자체에 배분된 액수는 7조2000억원이 줄어든 59조4000억원에 그쳤다. 올해에도 59조8000억원이 책정돼 있지만 법인세 등이 줄어들면 실제 배분액은 지난해보다 더 적어질 전망이다.

부동산교부세는 이미 크게 줄어든 상태다. 윤석열정부 들어 종부세 과세대상이 줄어든 탓이다. 1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이 하향 조정되고 2주택자는 아예 중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12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만 2.0~5.0%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결국 종부세 감세 여파로 지난해 부동산교부세는 전년도 6조7000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줄어든 4조1951억원만 지방에 배분됐다.

게다가 지자체가 지난해 거둬들인 지방세도 감소했다.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의 지방세수는 108조6000억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4조9000억원이 덜 걷혔다. 전년에 비해 7조9000억원이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사정으로 지난해 지방재정은 역대 최악이었다. 국세수입과 자체수입이 동시에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의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들 지자체들은 채권을 발행해 부족한 재원을 급히 채웠다. 지역사업을 줄여 비상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형편이라 신규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종부세 폐지 또는 완화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어 걱정이 앞선다. 다행히 이번 정부 세제개편안에서는 빠졌지만 불씨가 아직 살아있다. 민주당이 종부세 완화로 선회하고 있고, 정부도 집값문제 등이 완화되면 다시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국회의 논의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만약 정부의 뜻대로 종부세가 폐지된다면 4조원이 넘는 부동산교부세가 지방재정에서 사라지게 된다.

균형재원인 교부세가 줄어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이는 부동산교부세에 관한 국세청 발표에서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걷힌 종부세 4조1951억원 가운데 70.4%는 수도권에서 걷혔다. 반면에 종부세의 75%가 부동산교부세로 지방에 내려갔다. 중앙정부가 수도권에서 걷어 지방으로 분배한 셈이다.

종부세가 지역균형발전에 미친 영향 간과해선 안돼

정부와 정치권은 종부세가 20년 가까이 존속하면서 지역균형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부과 대상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종부세는 여전히 국민 대다수와 상관없는 세금이다. 입법취지인 △비생산적 부동산 투기 억제 △과세형평 추구 △부의 양극화 완화 △주택구매 수요분산이라는 가치는 여전히 살아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기본 책무는 거주지역과 상관없이 국민의 최저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것이다. 지역 간 수입 차이를 줄이는 균형재원인 교부세가 줄어들게 되면 그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지방에 사는 주민들이다. 지자체 재원이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해당 주민의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1주택, 이중과세 등 종부세의 일부 논란에 대한 합리적 조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전에 이를 대체할 지방재원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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