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경사지 관리대상 높이 낮춘다
14개월 아이 매몰사고 뒤
5m에서 3m로 대상 넓혀
지난해 6월 30일 경북 북부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영주시 상망동의 한 주택 뒤 비탈면이 붕괴되면서 생후 14개월 된 아이가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상망동에는 173㎜ 비가 내렸다. 주민들은 장마 전 비탈면 붕괴 위험이 있다며 여러 차례 예방공사를 요구했지만 해당 지자체는 관련 규정에 맞지 않아 공사를 할 수 없었다. 당시 급경사지 관리를 위한 높이 기준이 5m였는데 사고가 난 해당 비탈면은 4m였다. 경사도(40도)와 길이(53m) 조건은 모두 충족했지만 단지 높이가 1m 모자라 사전 정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급경사지 붕괴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주택 인접 비탈면 관리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영주시 상망동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규정이 미비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는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8월 14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우선 주택과 3m 이내에 있는 인공비탈면의 높이가 3m 이상일 경우 급경사지로 관리한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높이 5m 미만인 소규모 비탈면이 집중호우로 붕괴되는 사고가 많아지자 관련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급경사지 관리대상에 포함될 경우 연 2회 이상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보수·보강이나 정비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행안부와 시·도는 급경사지로 관리하지 않는 비탈면을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고, 조사결과에 따라 해당 비탈면을 급경사지로 관리해야 한다. 실태조사는 급경사지 위치(경·위도 좌표, 주소)와 규모(경사도 높이 길이) 유형(자연비탈면 또는 인공비탈면) 붕괴위험 등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관리기관은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 한국급경사지안전협회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정부·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는 급경사지는 2만5000여곳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기준을 완화할 경우 얼마나 많은 급경사지가 관리대상에 포함될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대상이 급격하게 늘어나 지자체 업무 또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 관리대상이 아닌 곳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만큼 대상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대응 기조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급경사지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