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의대’ 의학교육 평가 시작
의평원 인증 못 받으면 모집중단 우려
‘증원 정책’ 국정조사 청원 기준 충족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입학 정원을 10% 이상 늘린 의대에 대한 평가 일정을 시작한다. 이번 평가에서 인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의 경우 신입생 모집이 중단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의 진실을 국정조사로 규명해달라는 의대 교수들의 국회 국민청원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의평원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의학교육 평가인증과 관련한 주요 변화 평가계획 설명회를 개최한다.
의평원은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의학교육계가 교육부 지정을 받아 2004년부터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10% 이상 증원 30개교가 대상 = 이미 인증을 받은 의과대학도 ‘입학정원의 10% 이상 증원’ 등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화’가 생기면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 2025학년도부터 정원이 늘어나는 32개 의대 중 증원 규모가 10% 이상인 30개 대학이 여기에 해당한다.
의평원은 이번 설명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요 변화 평가에 나선다. 의평원은 각 의대로부터 주요 변화 평가 신청서와 주요 변화 계획서 등 서류를 받고, 올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주요 변화 평가에서 인증받지 못하면 해당 의대의 신입생 모집이 중단될 수도 있다.
의평원 평가를 앞두고 의료계에서는 일부 대학이 기준을 맞출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부 지방 사립대의 경우 병원 운영과 충분한 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교육부와 대학총장 대상 공개 질의 자료를 냈다.
질의서에서 교수들은 “평가에서 인증을 못 받을 경우 발생할 일부 의대의 신입생 선발 불가 조치 등 혼란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내년도와 2026년도 의대 정원은 기존 정원을 유지하거나, 늘리더라도 10% 이내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과감한 투자” 자신 = 이에 대해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증원을 계기로 시설이나 교원 수급 등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린 국립대 전임 교원을 향후 3년간 1000명까지 증원하고, 대학별 인원을 배정해 교수 채용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늘어나는 학생 교육에 필요한 공간은 리모델링이나 재구조화를 통해 확보하고, 증·개축 및 신축이 필요한 공사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통해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9월 발표할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에 의대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어떻게 지원할지 등도 담을 예정이다.
◆국정조사 청원 상임위 회부될 듯 = 이런 가운데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의 진실을 국정조사로 규명해달라는 의대 교수들의 국민청원에 5만명 넘는 인원이 동의해 변수로 등장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9일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의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청에 관한 청원’에 동의한 인원이 5만명을 넘기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이 지난 24일 올린 국민동의 청원엔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5만1298명이 동의했다.
국민동의 청원은 홈페이지 공개 후 30일 안에 동의 인원 5만명을 달성하면 국회 관련 상임위에 회부된다.
전의교협은 국정조사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 결정 과정 △의대 정원 배정 과정 △의사 1만5000명 부족의 과학적 실체 △전공의 사법 처리 과정 △의대생 휴학 처리 금지 방침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독립성 침해 시도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여건 준비 및 관련 예산 확보 현황 △전공의·의대생 미복귀에 따른 정부 대책 △의정합의체 마련을 위한 정부 대책 등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무책임한 정부 정책으로 야기된 이번 사태의 국정 혼란과 국력 낭비를 국회가 나서서 멈춰야 한다”며 “이 사태의 근원적인 원인을 제공한 의료정책 결정의 거버넌스 문제까지 철저히 조사해 사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