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양도주식 회사 매입소각, 과세 ‘부당’
법원 “세금 회피용 단정 못해”
배우자에게 증여받은 회사대표 주식을 회사가 매입해 소각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당국이 배우자에게 한 과세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배우자가 직접 회사에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A씨가 잠실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배우자, 자녀와 함께 장난감 도소매업체인 토이센스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2020년 11월 자신이 보유한 주식 3900주 중 1000주를 대표이사이자 배우자인 B씨에게 증여했다. B씨는 같은 달 이 주식을 6억400만원으로 평가하고 증여세 38만8000원을 신고·납부했다.
이후 B씨는 같은 해 12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른 평가방법에 따라 이 주식을 1주당 61만원에 계산하고 사측에 총 6억1000만원에 양도했고, 회사는 같은 날 해당 주식을 소각했다. 주식 소각은 회사가 자사의 주식을 취득해 소각하는 것으로, 발행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이는 방법 등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꾀하는 기법이다.
이듬해 1~2월 회사는 주식양도대금으로 B씨에게 총 6억900만여원을 지급했고, B씨는 이 돈을 자신의 펀드 계좌에 입금했다.
세무당국은 이 거래를 ‘의제배당소득’ 회피를 위한 가장거래로 판단했다. 세무당국은 “A씨가 사실상 B씨의 주식을 직접 양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종합소득세 2억4000여만원을 경정 고지했다. 의제배당소득이란 법인의 자본 소각 등으로 출자자가 받는 경제적 이익을 뜻한다. 형식적으로 배당은 아니지만 그 실질에서 배당과 동일해 과세 대상으로 본다.
이에 A씨는 “이 사건 주식의 증여, 양도, 소각은 각각 독립된 경제적 목적과 실질이 있고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직접 회사에 주식을 양도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세무당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와 B씨 그리고 회사 사이의 거래를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주식양도대금이 A씨에게 귀속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거래로 발생한 주식양도대금은 B씨에게 지급돼 B씨가 이를 자신의 펀드 계좌에 이체함으로써 B씨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의 증여 및 양도가 그 실질이 없이 오로지 의제배당소득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형성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