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센터, 취약계층 자립에 꼭 필요한 시설”

2024-08-02 13:00:01 게재

강동구 자활센터 이전 계획 무산돼

인근 아파트 주민들 기피시설 '낙인'

우리 사회에 님비현상이 생겨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역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공공시설마저 혐오시설로 낙인찍고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취약계층 자활을 돕는 자활센터는 노숙인과 출소자 시설로 규정하고 어르신 보호시설은 ‘노치원’으로 비하된다. 전문가들은 필수 공공시설이야말로 사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장치라고 말한다. 외면받고 있는 필수시설 현황과 원인, 갈수록 심화되는 공공갈등 해법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
자활센터 근로자들이 취업을 넘어 창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택배회사를 만든 자활근로자들이 배송을 위해 물건을 싣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13개 사업단이 활발한 자활사업을 펼치고 있는 강동구는 올해 예산 80억원을 투입해 저소득 주민 자활사업 계획을 세웠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자활사업을 추가하고 비좁은 현 지역자활센터를 확장 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센터가 옮겨가기로 했던 건물의 인접 단지 주민들이 자활센터를 기피시설로 간주하고 입주를 결사 반대했기 때문이다. 집회는 물론 수천통의 항의 전화에 놀란 강동구는 어쩔 수 없이 자활센터 입주 계획을 철회했고 이전 계획은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자활센터 직원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사회적 약자들을 도와 그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에 보람을 갖고 일해왔지만 센터가 하루아침에 혐오시설로 규정되는 바람에 그간 쌓아온 자긍심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서울지역 한 자활센터 관계자는 “자활센터는 조건부수급자, 다시말해 일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와서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찾아 가는 곳”이라며 “노숙인을 폄훼하는 것도 문제지만 마치 범죄자들만 드나드는 곳인 것처럼 오해하는 시선 때문에 충격을 받고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용적률 상향 댓가” vs “주민 동의 안 거쳐” = 서울시는 해당 단지 입주예정자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자활센터가 입주하기로 했던 곳은 조합이 재건축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시에 공공기여로 내놓은 건물이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문화사회복지시설로 조성하기로 이미 예정돼 있었다.하지만 4층에 입주하기로 한 자활센터에 대한 반대가 컸다. 센터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이 자립해 활동할 수 있도록 상담·교육·취업알선 등을 하는 공공시설이지만 주민들은 출소자와 노숙인들이 어린이집에 무방비로 드나들 수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해당 단지는 재건축 뒤 1만2032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단지다. 거주 인구만 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구는 주민들과 시설 이용 방안에 대한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전 계획이 무산된 자활센터는 또다른 둥지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시설 기피 현상이 노골화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힘 있고 목소리 큰 대단지 아파트들이 기피하는 시설들은 결국 주택가나 도시 외곽으로 몰리게 되는데 이는 또다른 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시설들이 필요한 위치에 배치되지 않으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공공갈등 분야에 종사하는 학계 관계자는 “건물용도만 정하고 구체적 입주시설을 사전에 확정하지 않은 지자체도 문제지만, 필수 공공시설을 단지 이익만을 위해 거부하는 주민들도 한발 양보가 필요하다”며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공공, 민간 어디에서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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