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실질 통과 법률 0건…“누가 고집 세나 힘자랑만”
2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이진숙 탄핵안 처리 전망
의결 법안 거부권에 막혀 … 정부제출 법안 192건 계류 여당 “습관성 탄핵 남발”, 야당 “거부권만 21회” 상대 탓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도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 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4법과 마찬가지로 거부권 건의 방침을 굳혔다. 채 상병 특검법의 재의결이 부결된 것처럼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부를 통한 공표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여야는 “거대야당의 폭거”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상대 탓으로 돌렸다. 개혁신당은 1일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하고 60일 동안 실질적으로 통과시킨 법률은 0건”이라며 “누가 더 고집이 세나 보자는 식으로 힘자랑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해당 법안의 본회의 상정에 반발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은 2일 오후 표결을 거쳐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고,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또 전날 보고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도 처리할 계획이다. 이후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6~30일 국회를 통과한 방송 4법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방송 4법에 대해 재의요구(거부권)를 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발의→ 본회의 회부→ 야당 주도 의결→ 거부권이 반복되고 있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후 발의된 2472건의 법률안 가운데 4건이 원안 가결됐다. 해병대원 채 상병 특검법은 수정 가결됐었다. 정부가 제출한 192건의 법안은 계류상태다. 가결 처리된 법안 가운데 방송 4법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법안이 통과됐지만 실제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뜻이다. 2일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민생회복지원금법이나 조만간 통과될 노란봉투법도 비슷한 운명을 맞을 전망이다. 여야간 이견이 적은 법안이나 국민연금,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시급성을 주장해 왔던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 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1일 실질 법안처리 0건을 지목해 “고래 싸움에 국민만 죽어나고 있다”면서 “제발 일 좀 하자”고 개탄했다.
총선 이후 거대 여야가 정면충돌을 반복하면서 정부 인사에 대한 탄핵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것도 특징 중에 하나다.
국민의힘은 1일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하루 만에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데 대해 “습관성 탄핵 남발”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대표는 “사람이 단 하루 만에 탄핵당할만한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게 가능한가”라고 되물으며 “민주당이 하는 이 탄핵의 행태들은 무고 탄핵”이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법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마구잡이식 무고 탄핵을 거듭한다. 국정에 대한 폭력이자 테러”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탄핵 발의가 총 18건”이라며 “문재인정부 임기 5년 동안 탄핵 발의는 6건에 불과했다. 민주당이 탄핵을 사사로운 권한처럼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 3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2건 등 총 6건의 탄핵안이 발의된 바 있다.
민주당은 여권이 입법부의 권한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진성준 정책위원장은 “임기가 절반도 되지 않아서 벌써 15건의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면서 “방송 4법과 민생회복지원법, 노조법까지 거부하면 21건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5건, 노태우 대통령 7건, 노무현 대통령 4건, 이명박 대통령 1건, 박근혜 대통령 2건. 이 모두를 합한 것이 19건”이라며 “역대급 거부권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냐. 거부권 중독으로 민생을 저버리고, 헌법이 정한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마저 뒤흔든다면,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은 “가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지만, 대통령은 끝내 독재의 길을 택했다”면서 “역대 독재정권의 전철을 따라 몰락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휴식기 없이 진행 중인 8월 국회도 거부권·특검법·청문회 등으로 여야의 대립각이 선명할 전망이다. 여야가 상대를 공격하는 정쟁법안에 주력하면서 합의를 통해 실질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안 처리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