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대기질-건강 상관관계

초미세먼지 줄이니 오존 농도가 치솟았다

2024-08-05 13:00:01 게재

기온과 비례, 80세 이상 초고령층 사망 위험 커

장거리이동 영향 등 관리 어려워, 통합 접근 필수

열받은 지구로 인해 건강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오자 오존까지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5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5일 대기오염물질의 광화학 반응에 의한 오존 생성과 이동으로 대부분 중서부 지역과 일부 남부 지역에서 오후에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6일에는 서울과 경기도 강원영서 충북 대구 경북 등지에서 오존 농도가 ‘나쁨’이 될 수 있다”고 예보했다.

오존은 초미세먼지 전구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억제하면 오히려 농도가 상승하는 등 관리가 까다롭다. 게다가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여러 건강 영향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급속도록 변화하는 기후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통합적인 관점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고농도 오존 일수가 증가하는 등 저감책이 시급하지만 다른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면 상승하는 특성이 있어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사진은 오존주의보가 내려진 5월 4일 오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오존(O₃) 고민도 덩달아 높아진다. 통상 대기 중 오존 농도는 기온과 일사량에 비례해 올라가기 때문이다. 물론 원인 물질 양이 같아도 광화학반응이나 확산에 영향을 주는 다른 기상 조건에 따라 오존 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1일 김순태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오존은 상대적으로 장거리이동 영향이 큰 편”이라며 “오존주의보가 밤에 해제되는 일이 생기는 것도 이런 경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6월 13일 경북 구미시에서 오후 9시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되고 오후 10시에 해제되는 일이 있었다. 7월 13일에는 서울 서남권에서 오후 8시에 오존주의보가 해제됐다. 오존주의보는 1시간 평균 농도가 0.12ppm 이상일 때 발령된다.

대류권의 오존은 주로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일산화탄소(CO) 메탄(CH₄) 등 이 햇빛과 반응하면서 생성된다.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실린 ‘중국 배출량 목록에 대한 국내 오존 민감도 분석’ 논문에 따르면 오존은 전구물질 중간물질 또는 생성된 오존 자체가 지역적 규모에서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

오존이 다른 물질들보다 관리가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는 청정지역이라고 해도 농도가 0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존 배경농도는 약 40ppb(ppb는 ppm의 1/1000)다. 청정지역의 경우 오존 배경농도는 높은 반면 농도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의 변화가 크지 않다. 하지만 도시지역은 오존 생성이나 소멸 등의 반응성 자체가 커서 고농도가 자주 나타난다. 배경농도는 인위적 오염원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기체가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기본 농도다.

오존은 청정지역이라도 농도가 ‘0’이 아니라서 관리가 어렵다. 사진은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6월 19일 광주 북구 에서 시민들이 숲길을 따라 걷는 장면. 연합뉴스

◆고농도 오존일수 증가, 청정지역에서도 존재 = 문제는 최근 고농도 오존일수가 늘고 오존주의보 첫 발령일이 빨라지는 등 대응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5일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오존주의보 발령일 수는 2012년 29일에서 2022년 63일로 껑충 뛰었다. 발령 횟수도 2012년 66회에서 2022년 406회로 증가했다.

발령일도 앞당겨지는 추세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기후변화와 오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첫 발령일은 주로 5월이었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월 25일, 4월 20일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대 서울과 인천의 여름철 오존 농도는 2000년대 대비 각각 5.9ppb, 2.3ppb 증가할 전망이다.

게다가 기상청에 따르면 21세기 말에는 고농도 오존이 발생할 수 있는 기상조건이 최대 64%까지 늘어날 수 있다. 오존이 발생하기 쉬운 기상조건은 △기온 25℃ 이상 △상대습도 75% 이하 △풍속 4m/s 이하 △일사량 6.4MJ/㎡ 이상 등이다.

기상청의 분석은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산출한 공통사회경제경로(SSP) 국가표준시나리오(전지구/135㎞) △오존 생성과 관련된 광화학 과정을 계산할 수 있는 CMIP(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 작성을 위한 국제 기후변화 시나리오 비교·검증 연구)에 참여한 전세계 대기화학 결합모델 11종에서 산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

현재와 유사한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3-7.0)에서는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 5~9월에 현재(1995~2014년) 대비 하루 최고기온은 3.8℃, 일사량은 4.5W/㎡ 증가한다고 전망됐다. 고농도 오존 발생에 유리한 기상조건일은 34일 늘어날 걸로 예상됐다.

◆국제질병부담, 오존 노출로 인한 조기 사망 36만여건 = 오존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평균농도보다 고농도가 중요하다. 질병관리청 ‘주간 건강과 질병’에 실린 ‘한국 초고령 노인에서 폭염한파와 오존이 사망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 논문에 따르면 오존으로 인한 위험이 최고령층에서 위험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존 노출로 인한 비사고사망 증가는 80세 이상 집단에서만 관찰됐다.

게다가 국제질병부담(GBD)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적으로 주변 오존 노출로 인한 조기 사망이 총 36만5000건에 달했다. 주변 오존은 지표면 근처 대기에 존재하는 오존을 말한다. 주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오염물질이 햇빛과 반응해 생성된 오존이다. 국제질병부담은 전세계 질병부담을 계량화해서 보여주는 국제적인 연구 사업이다. 195개국 이상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처럼 오존으로 인한 건강영향 문제가 심화할 수 있지만 저감 방안은 쉽지 않다. 각종 대기오염 저감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농도는 감소 추세지만 오존 농도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환경부의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2023~2032)’에 따르면 농도 관리 대상 오염물질 중 미세먼지(PM-10)는 대기질 개선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하지만 오존은 농도 상승 추세로 목표에 미달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48㎍/㎥에서 2021년 36㎍/㎥으로 줄었다. 초미세먼지(PM-2.5) 전국 연평균 농도 역시 2015년 26㎍/㎥에서 2021년 18㎍/㎥으로 개선됐다.

반면 오존은 2015년 27ppb에서 2021년 32ppb(1시간 환경기준)로 상승했다. 2021년 기준 오존의 대기환경기준 달성률은 8시간의 경우 0.6%에 불과하다. 통상 건강에 더 악영향을 주는 오존농도는 8시간 기준값이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1시간 기준값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이다. 미국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8시간 기준값을 두고 있다.

◆질소산화물 저감하자 가장 빠르게 오존 증가 국가가 된 중국 = 김 교수는 “초미세먼지 농도 저감을 위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면 오히려 오존 농도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초미세먼지와 오존 모두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높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학술지 ‘하나의 지구(One Earth)’에 실린 논문 ‘새로운 오존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존 기후 제어 상승 효과’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연합보다 주요 오존 전구물질들(질소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규제가 10~30년 늦게 시작한 중국에서는 질소산화물 배출 감소에 우선순위를 뒀다.

그 결과 2013년 이후 초미세먼지 오염이 상당히 줄었지만 동시에 도시 오존 수치가 광범위하게 증가하면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존이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가 됐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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