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6번째 탄핵안…국정심판 ‘이진숙 탄핵’, 힘겨루기 분기점
민주당 탄핵소추 3전 3패, 또 기각되면 여론 후폭풍 가능성
“‘2인 의결 체제’ 위법… 불가피한 선택, 이번엔 인용”
헌재 구성, 야당 유리 … “정부여당 신속선고 압박 예상”
14일 검사탄핵 청문회 … “임명직 탄핵, 입법부 권한”
민주당이 21대 국회부터 절대과반의석을 확보한 이후 6번째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헌법재판소에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인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일 통과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은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해 헌법재판소의 인용여부에 따라 힘의 균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의결 체제에 대한 위법 판단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여기에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탄핵조사 청문회 등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과 검찰의 수사방식에 평가를 통해 대국민 여론전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미 판사, 검사, 장관에 대한 탄핵에서 연이어 쓴맛을 본 민주당의 탄핵시도가 계속 연패를 하게 되면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5일 민주당 모 핵심관계자는 “이진숙 위원장 탄핵에 이어 검사 탄핵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우선 14일에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김 차장검사는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서원(최순실)의 딸인 장시호에게 특혜를 줬다”고 했다.
14일 청문회 증인으로는 김건희 여사와 이원석 검찰총장 등 20명이 채택됐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법무부로부터 받은 장 씨의 국정농단 수사 출정 기록을 토대로 “장시호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약 8개월간 검찰에만 51차례 출정했다”며 “국정농단 수사 당시 담당 검사였던 김영철 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와 긴밀한 관계였다는 보도를 근거로, 잦은 출정에 따른 특혜가 이뤄졌을 의혹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 차장검사가 국정농단 수사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형사 처벌 등을 목적으로 증인인 장 씨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박상용 강백신 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탄핵조사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탄핵소추안 의결보다도 청문조사에 더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검사 청문회를 통해 검사들의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수사방식을 수면위에 올려놓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헌법재판소 구성이 야당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진보 성향 6명과 보수 성향 3명으로 구성돼 있다. 9월에 대법원장이 추천했던 이은애 재판관, 10월에 국회 선출몫 3명이 교체되는데 국회 선출몫의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이 한명씩 추천할 가능성이 있어 대법원장이 보수인사를 추천하더라도 여전히 진보 우위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4월 이후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마무리돼 윤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면 곧바로 헌법재판관 지형이 보수우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탄핵’에 속도를 내는 이유 중 하나다. ‘이진숙 탄핵’은 법적으로 탄핵소추 접수이후 180일 이내에 완료하도록 하고 있고 다툴 만한 사안이 많지 않아 선고일정이 다른 사건에 비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진숙 탄핵소추 선고는 윤석열정부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독주에도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임성근 판사에 이어 윤석열정부에서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안동안 검사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지만 헌재의 기각으로 무너졌다. 이정섭, 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안은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진숙 탄핵’ 심리 중 이정섭, 손준성 검사 탄핵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고발사주’로 재판중인 손 검사는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온다면 탄핵 선고는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있어 헌재가 판단을 뒤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북송금사건을 수사했던 이정섭 검사와 이진숙 위원장 탄핵 심판 결과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 두 탄핵 사건의 선고는 윤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여론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하고 있는 4명의 검사 탄핵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없었고 만약 기각이 되더라도 또 탄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 대해서는 탄핵 카드를 꺼내들기 부담되지만 임명직에 대해서는 법으로 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그동안 쓰지 않은 것이라고 해서 머뭇거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무리한 탄핵으로 국민의 피로감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민주당 모 의원은 “윤석열정부와 여당에서는 헌법재판소에 빠른 선고를 요구할 것”이라며 “민주당으로서는 전체의견에서 2인 체제에 대한 불법 의견을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유용한 것”이라며 “주어진 권한을 마구 휘두르면 자신도 다칠 수 있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남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