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느린 특별재난지역 선포…발생 후 최소 2주
“신속 수습·복구체계 필요…선포 절차 간소화”
“재해 지원때 생산비·물가상승비도 고려” 지적도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지는 가운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폭우 등 재난에 따른 피해복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재난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400억원에 육박하는 피해를 입은 익산시의 경우 7월 8일 시간당 100mm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이래 추가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이뤄진 7월 25일까지 17일이 소요됐다”며 “대규모 재난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재난 발생일로부터 특별재난지역 선포일까지 소요되는 절차를 간소화해 국가의 수습과 복구체계에 신속성을 더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태풍 링링의 경우 재난 발생일인 2019년 9월 4일로부터 선포일인 20일까지 16일이 걸렸고 태풍 마이삭의 경우엔 재난 발생일인 2020년 9월 1일로부터 1차 선포일인 15일까지 14일이 소요됐다. 태풍 카눈의 경우에는 재난 발생일인 2023년 8월 9일로부터 무려 3주 가까운 20일이 지난 후에야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됐다.
특별재난지역은 대규모 재난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국고를 투입해 수습·복구키로 한 지역으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대통령에게 선포를 건의하고, 대통령이 재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 의원은 이에 따라 대규모 재난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재난 발생일로부터 특별재난지역 선포일까지 소요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재난상황이 긴급해 중앙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중앙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통령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에 필요한 것은 국가의 신속하고 전폭적인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재난 발생 이후 지원규모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호우피해 보상을 현실화하고 농어업재해보험 품목과 지역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은 국가의 재해 지원때 농업인의 ‘생산비’와 ‘물가상승률’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도하는 ‘특별농어업재해지역’선포와 ‘특별한 지원’에 대한 근거 규정을 신설해 행정안전부 주도의 ‘특별재난지역’선포에서 농업인 피해 대책이 소외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불가피한 사유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농어가에 대해 국가가 피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강제’하고 보험 품목을 선정할 때는 농작물·임산물·수산물과의 형평을 고려토록 했다. 5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인 농어업재해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의 80%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도 새롭게 넣었다.
박 의원은 “자연재해로 인해 주민들과 농업인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제도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