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향우회에서도 모금활동 가능
고향사랑기부금법 시행령 개정
지정기부·민간플랫폼 효과 극대화
전남 곡성군은 지난달 25일부터 고향사랑기부금 지정기부 사업으로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시즌2’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권역별로 세탁소를 설치하는 ‘어르신 돌봄을 위한 마을빨래방’사업과 유기견 보호 프로젝트 ‘행복하개 지켜줄개’도 함께 진행한다.
곡성군이 이처럼 한꺼번에 3개의 지정기부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올해 처음 허용된 지정기부 성과를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곡성군은 올해 상반기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시즌1’을 통해 8000만원을 모금했다. 곡성군은 이 돈으로 옥과보건지소에 소아과 진료가 가능한 의료장비를 구축했으며 광주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곳에서 소아과 진료를 하고 있다. 곡성군은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전국 56개 지역 중 한 곳이다.
곡성군은 또한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모금의 자율성을 확대한 것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은 규제 중심의 제도운영 때문에 모금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 동창회 향우회 등 출향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조차 불법이어서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모금 규제는 오는 21일이면 대부분 해소된다. 정부가 6일 국무회의에서 모금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고향사랑기부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을 보면 우선 지자체가 주최·주관·후원하는 모임과 행사를 통한 모금이 허용된다. 향우회 동문회 등을 방문해 모금활동을 할 수도 있다. 지자체와 인연이 있는 타 지역 주민이나 단체 기업 등을 초청해 고향사랑기부를 홍보하고 모금하는 것도 허용된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보는 “법으로 금지하는 방법을 제외한 모든 모금방법을 허용한다는 것이 시행령 개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답례품 예산 운용의 어려움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일반예산으로만 답례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고향사랑기부금이 얼마나 모금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반예산을 편성해 운영해야 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의 30% 범위 안에서 답례품을 구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전에 예산을 예측해 편성하지 않아도 기부금이 모금된 규모만큼 답례품을 구매해 제공하면 된다.
한편 이번에 개정된 시행령에는 기부 상한액을 기존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상한액 확대를 미리 시행령에 반영해 법률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려는 의도다.
정부는 고향사랑기부 제도 시행 2년째를 맞아 제도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요구해온 지정기부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고, 올해 12월부터는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을 허용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모금활동과 홍보활동 규제가 대부분 풀리는데다 내년에는 기부 상한액도 2000만원으로 늘어나는 만큼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규모가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재 차관보는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고향사랑기부금이 모금되고, 또 모금된 기부금이 인구감소지역 등 어려운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