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6개월, 대책 나오나 ① 간호법 어디로
여야, 간호사·간호조무사 ‘대리전’에 간호법 막혀
간호조무사 전문대 졸업자 응시자격부여에 교육부도 신중
보건복지부 “법안 제목·간호조무사 학력철폐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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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선 합법화 후 제도화’ 등 2단계 입법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명확한 체계를 담은 제도화를 먼저 요구했다.
정부의 ‘2단계 입법’은 먼저 PA간호사를 합법화해 놓고 나서 내년 하반기에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대통령령으로 업무범위, 자격요건 등을 규정하겠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현장에서 실제로 PA역할을 하고 있는 진료지원간호사는 1만3000명 정도로 이 법을 만들려고 하는 취지가 그분들이 좀 안전한 법체계하에서 소송 등에 당하지 않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년 이상의 임상수련과 소정의 교육을 받으면 PA간호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지난 2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시범사업이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되면 업무범위가 손에 만질 만큼 분명해 진다”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업무범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 이는 대통령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2단계로 입법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지 않느냐”고 했다. 또 “좀 더 전문성과 분명한 자격요건, 퀄리티에 대한 분명한 그걸(체계를) 찾기 위해서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한다”며 “그걸 찾기 위해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의 목소리는 달랐다. 김윤 민주당 의원은 “진료지원간호사(PA)들이 업무를 할 수 있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간호인력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환자들까지 의료사고를 당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교육과정, 업무범위 등 전체를 관리감독하는 체계까지를 포함해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기존에 간호사가 하던 업무범위를 벗어난 업무범위를 허용한다’라는 규정 하나만을 넣는 것은 간호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게 아니고 간호사들이 숙련되지 않은 책임질 수 없는 업무범위로 내모는 게 실질적인 효과”라고 했다.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전문간호사 제도로 통합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보다 구체적인 법체계를 짜는 게 맞다”고도 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PA의 경우 국가가 인정한 하나의 직역이 통일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지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경력을 가졌건 어떤 업무를 하고 있건 하나의 이름으로 묶는다는 것은 보건의료를 위하거나 일하는 간호사들을 위한 게 아니라 정부 정책상 편의를 위해서 묶어 놓고 혹시 의료공백이 생겼을 때 아무 업무에나 일단 끼워 넣겠다는 걸로 악용될 소지가 매우 높다”고 했다. 이어 “이건 정책적인 직역이지 전문 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정부의 편의를 위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호사들을 내모는 것으로 결론이 날 위험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간이로 정부가 급히 필요하니까 빨리 안정시켜서 어디든 병원에 투입시키겠다는 취지는 좀 곤란하지 않나”라고도 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자격부터 업무범위 등이 합리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으면 심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여야간 더욱 첨예하게 맞서는 건 ‘간호조무사 학력 철폐’ 문제다. 현재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특성화고를 졸업하거나 학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얻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추경호 의원안에서는 ‘응시 자격에 상응하는 교육수준을 갖추었다고 인정되는 자’에게도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를 전문대에서 학과를 설치해 졸업하면 응시자격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간호조무사협회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간호사협회뿐만 아니라 학원협회, 특성화고에서 반대하고 있고 교육부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서영석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해온 전반적인 간호조무사 양성 체계에 대해 스스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갈등을 더 양산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이수진 의원은 현장경험을 토대로 전문대 조무학과를 졸업한 사람들과 학원, 특성화고를 졸업한 사람들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서 의원은 “양성체계가 다른 사람들의 충분한 동의와 사회적 합의야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전제되지 않고 모든 유관기관들이 다 반대하고 있는데 유독 간호조무사만 찬성한다고 해서 복지부가 그 의견을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직역의 반대, 찬성보다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관점에서 조항이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의견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남인순 의원은 “의료대란 상황이고 여야가 현실적으로 타협안을 만들어 보자는 부분이 있는데 그동안 정리되지 않은 쟁점을 다 갖고 와서 정부가 얘기하고 있다”며 “간호인력 양성 문제는 굉장히 논쟁이 많은 이슈다. 과거의 쟁점까지 다 끌고 와서 결론을 내려고 하면 너무 욕심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 여당이 반대해서 (간호법을) 못 했는데 이제 입장이 바뀌어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고도 했다. 하지만 박 차관은 “쟁점을 최소화해 가급적이면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말씀에 충분히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이 든다”면서도 “처음에 논의했던 ‘제명’(간호법이 아닌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과 지금 논의하는 간호조무사 학력 규정은 이번 간호법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