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앞 친일 논란 확산…“광복절기념식, 정부와 따로 열 수도”
이종찬 광복회장,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용산에 밀정”
우원식 의장, 사도광산 등재에 “여야 결의문에 정면으로 반해”
위안부 강제동원에 이진숙 “논쟁적 사안”, 여가부 “비판 부적절”
광복절을 앞두고 반일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윤석열정부 외교안보정책이 대일 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일본의 우리나라 지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대거 기관장으로 임명되는 가운데 일본 침략의 상징인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에도 정부가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도광산 등재는 여야가 결의문까지 채택한 입법부의 의지를 정부가 무시한 채 일본 의지만 수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군함도와 함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여야 재석 의원 만장일치로 정부에 결의문을 보냈는데 이를 정부가 무시했다”며 “일본에 대해 이같이 저자세로 대하게 되면 정권이 교체되면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도 그리 좋은 방식은 아니다”고 했다.
우원식 의장은 전날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 관련 입장문’을 내고 “사도광산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현장”이라며 “지옥섬으로 불릴 만큼 처참했던 강제노동 현장인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해 제기된 의혹을 밝힐 책무가 국회에 있다”고 했다.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의 문제점으로는 사도광산 노동자를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적시하며 ‘강제성’을 부인한 부분을 우리나라 정부가 용인하고 동의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우 의장은 “불법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의 피해국인 대한민국 정부로서 합당한 대응을 촉구한 국회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국민적 상식과 보편적 역사 인식에서 크게 벗어났다”며 “매우 잘못된 일이다. 심각하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도광산 등재를 둘러싼 외교협상 과정과 내용, 전모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군함도 권고 미이행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사도광산 등재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에 무엇을 요구했고 무엇을 확인했나’, ‘유네스코 회원국 상대로는 어떤 노력을 했나’ 등을 따져 물었다.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들이 주요 역사 관련 기관장 자리를 꿰차더니 이번엔 독립기념관장 자리까지 차지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를 임명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김 교수에 대해 “이 사람이 주장한 첫 번째가 48년도에 나라를 세웠고 건국을 했고 그 이전에는 나라가 없었다는 얘기”라며 “(독립기념관이 아닌)건국기념관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광복회는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해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뉴라이트에 의해 장악됐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했던 박이택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이 신임이사로 선임됐다”며 “선임위원 모두 반대했지만 장관이 강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라며 “뉴라이트라는 것은 현대판 밀정”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군에게 받은 피해보다 이 밀정에 의해서 받은 피해가 더 많다”며 독립기념관장 임명과정도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복회는 “8.15 광복절 이전에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답변이 없을 시엔 정부 주관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고 광복회와 이종찬회장은 광복회 주관 광복절 기념행사를 독립기념관에서 거행할 것을 회원들에게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광복절행사가 나뉘어 열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두관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이날 “독립운동의 역사를 훼손하는 뉴라이트 성향의 김형석 교수의 독립기념관장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면서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어떠한 반성이나 사과도 없는 상태에서 대한민국 재판부가 판결한 일제의 강제동원 책임을 면해주고, 위안부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진행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승계하고,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전쟁 시 개입이 가능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친일적 굴욕외교도 멈추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위안부 강제동원 여부에 대해 “논쟁적 사안이라 발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이에 대해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한 개인의 발언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경영권 침해 등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