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상흑자 377억달러…작년 1년치 넘어서
반도체 수출 역대 최대…상품수지 443억달러 흑자
6월 경상흑자 123억달러, 6년 9개월 만에 최대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1년치를 넘어섰다. 수출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상품수지가 지난해 상반기 적자에서 올해는 큰폭의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미국발 경기침체 가능성 등 대외 교역여건의 변동성은 있지만 하반기도 국제수지 호조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4년 6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37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흑자 규모인 354억9000만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흑자(11억5000만달러) 대비 30배 이상 늘어났다. 이러한 추세는 한은이 지난 5월 예상한 상반기 전망치(279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상반기 누적 상품수지 흑자는 44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33억7000만달러)와 대비된다. 상품수지 흑자가 빠르게 느는 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호전되면서다. 올해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3416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118억5000만달러)에 비해 9.5% 증가했다. 이에 비해 수입은 2973억3000만달러로 작년 동기(3152억2000만달러) 대비 5.7% 감소했다.
수출 호조 배경에는 단연 반도체가 있다. 통관기준으로 반도체 수출액은 올해 누적 666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443억5000만달러)에 비해 50.4% 급증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인공지능(AI) 관련 전방산업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 호조세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수입은 원유 수입이 440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0%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원자재(1569억5000만달러) 수입이 지난해보다 9.1% 감소했다.
하지만 경상수지 다른 항목인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는 지난해 대비 변화가 없거나 후퇴했다. 상반기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64억8000만달러)와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20억3000만달러) 등을 포함해 114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123억달러)보다 적자폭이 소폭 줄었지만 큰 변화는 없다. 해외에 투자한 자본의 배당과 이자소득수지가 포함된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69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184억9000만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배당 소득수지 흑자가 48억40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148억7000만달러)에 비해 10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올해 6월 경상수지는 122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5월(89억2000만달러)에 비해 큰폭으로 늘었다. 6월 경상흑자 규모는 월간 기준으로 2017년 9월(123억4000만달러)이후 6년 9개월 만의 최대치다.
상품수지도 114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5월(87억5000만달러) 대비 크게 늘었고, 월간 기준으로 2020년 9월(120억2000만 달러)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많다. 6월 서비스수지는 16억2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본원소득수지는 26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수출 호조세 등을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도 경상수지 흑자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 부장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으로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투자 소득도 양호한 수준으로 유입되면서 당분간 흑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미국 경기와 AI 투자 둔화 가능성, 주요국 통화정책방향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한은은 올해 5월 경제전망에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 600억달러, 상품수지 흑자는 70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