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광복절 앞두고 “친일·종일” 공세
독립기념관장 임명 “친일 인사” 반발
사도광산 등재엔 “외교당국 뭘 했나”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와 관련해 우리정부가 ‘용인’한 것을 두고 논란인 가운데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놓고 야당과 광복회가 반발하고 있다. 광복절을 앞두고 여권에 대한 ‘친일·종일’ 공세가 세지는 양상이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6일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임명했다. 야당은 신임 김형석 관장을 친일파·종일주의자로 비난하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7일 김 관장에 대해 “우리 민족을 일본의 신민이라고 표현한 뉴라이트 인사”라며 “식민 지배를 미화한 독립기념관장 임명은 취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친일을 넘어 종일주의자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한 것은 독립기념관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점점 뚜렷해져 ‘극우 일베’ 성향 친일파를 중용한다”며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당장 철회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길 권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립기념관장은 독립유공자 후손 중 명망 있는 인사들이 맡아왔지만, 이번엔 김구 선생 손자, 광복군 출신 독립운동가 후손 등이 모두 배제됐다”며 “독립기념관이 일제 미화 공간으로 변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독립기념관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권칠승, 송옥주, 한병도 의원은 7일 성명을 내고 “김 이사장의 임명을 당장 철회하고 독립기념관을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독립기념관’으로 복원하라”면서 이사직을 사퇴했다.
이에 앞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뉴라이트 그런 사람들이 주장하는 게, 1948년도에 (우리나라가) 건국을 했고 그 이전에는 나라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그분(김형석 이사장)의 얘기가 ‘1948년 이전에는 우리 국민은 없었다, 오로지 일본의 국민만 있었다’ 이런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구는 학문의 자유니까 마음대로 해도 좋지만, 독립기념관으로 와서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기념관을 마치 1948년도 건국기념관으로 만들고 싶은 것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훈부는 김 관장 임명과 관련해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아니고 임명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 후보자의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관 등을 평가했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의 반발을 다독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광복회는 이사·지부장 긴급연석회의를 열어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강력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오는 10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김 관장 임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8.15 광복 79주년 행사를 각각 치르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한 우리정부의 대응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6일 “우리나라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용인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양국의 외교협상 과정과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우 의장은 입장문에서 “‘지옥섬’으로 불릴 만큼 처참했던 강제노동 현장인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해 제기된 의혹을 밝힐 책무가 국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정부에 요구한다”며 사도광산 등재를 둘러싼 외교협상 전모를 공개하고 일본 정부에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를 요청하는 한편, 일본 유초은행에 소장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통장도 넘겨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연구모임 ‘외평포럼’ 대표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같은 당 이해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과 15~19일 일본 도쿄와 사도광산이 있는 일본 니가타현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도광산 전시 내용에 ‘조선인 강제 노역’ 사실 적시 △사도광산 박물관 또는 갱도 앞으로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역 관련 전시 공간 이전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명부 공개 등을 일본 측에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약속한 조선인 강제 동원 관련 전시는 사도광산 현장에서 약 2㎞ 떨어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서 이뤄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은 이번 유네스코 등재 범위 밖에 있다”며 “우리 외교당국이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