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침수지역인데…빗물 저장시설 ‘반대’
대치동 재건축단지, 미관·안전 이유
홍수예방시설까지 기피 “도 넘었다”
침수량이 줄어들면 인명 및 재산피해를 그만큼 줄일 수 있어 시는 기부채납 예정 부지에 저류조 설치를 적극 추진했지만 주민들은 미관 안전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침수용량 30% 이상 줄일 수 있어 =
해당 단지가 위치한 대치동 일대는 2010년 2011년 2013년 2022년 등 꾸준히 침수피해가 발생한 상습침수지역이다. 시는 해당 아파트뿐 아니라 일대 아파트 재건축 시 기부채납 시설에 모두 빗물저류조 설치를 적극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총 13만㎥의 담수 능력을 확보하면 침수피해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시설 기피 현상이 안전시설까지 확산되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공갈등 분야 한 관계자는 “첫 시도부터 삐걱대면 추후 다른 단지도 모두 반대하고 나설 것”이라며 “단지 우선주의가 공공 안전에 영향을 끼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치동과 함께 상습침수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역 일대의 침수피해 예방을 위해 서울시는 대심도터널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심도터널이 모든 홍수 피해를 막아줄 '전가의 보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방재전문가들 분석이다.
오히려 침수예상지역 곳곳에 설치한 담수 시설인 중소 규모 저류조가 상당한 빗물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비 피해가 심한 일본 도쿄의 경우에도 저류조가 침수예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시내 곳곳(건물 옥상, 학교운동장, 아파트단지 지하 등)에 저류조 설치를 본격화하는 중이다.
시설의 중요성을 감안해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인 설득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공공갈등 분야 관계자는 “저류조같은 공공안전시설 설치는 다른 기피시설과 접근 자체를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기피시설은 위치를 바꾼다던가 주민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홍수예방시설은 해당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민들이 거부했으니 홍수 피해가 나도 주민 책임이라는 식으로 대처해선 안된다”며 “이번 기회에 향후 저류조 설치가 필요한 일대 모든 아파트들과 통합 협상을 추진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갈등분야 관계자는 “기부채납 시설 확보는 시가 하고 관리 운영은 자치구가 맡는 현행 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표에 민감한 선출직 구청장 입장에선 주민 민원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전체 시민의 공익을 우선한 결정이 내려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