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산업인력 부족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2024-08-09 13:00:03 게재

인구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노동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고급인재는 유출되고 현장을 지킬 숙련공은 부족한 상황이다. 2022년 기준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를 떠난 이공계 인재가 34만명을 넘어섰다. 이 기간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이공계 학부생은 9만6000명, 대학원 과정 이상 외국인은 7만7000명으로 17만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고급인재 유출은 주요국 대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고급인재 유출 정도는 63개국 가운데 33위다. 인재 유치 매력도와 보유(18위)에 비교해 유출 정도가 높다.

인재유출 문제는 투자유출과 상당히 비슷하다. 국내 투자는 줄고 해외투자는 느는 것처럼 고급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내 인재양성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돈과 사람이 모두 해외로 나가고 있는 셈이다.

고급인재는 해외로, 숙련공은 은퇴해 인력 공백

이러다보니 국내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인력부족을 호소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설계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당장 회사 내 타부서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정부의 4개 신기술 분야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력수급 불균형이 확연하다. 2027년까지 인공지능(AI) 분야는 1만2800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개발 등 고급인력이 모자란다. 금융 제조 서비스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활용을 확대하고 국제적으로 AI기술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지만 AI 분야 고급인력들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 외에도 클라우드 분야는 1만8800명, 빅데이터 분야는 1만9600명, 나노 분야는 8400명이 각각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첨단산업뿐 아니라 생산현장의 숙련공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는 앞으로 10년간 390만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은퇴에 이어 제2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 출생) 은퇴도 시작됐다. 여기에 일자리와 일하는 사람의 미스매치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빈자리를 메우지만 충분하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의사소통 어려움과 숙련도 부족 등으로 품질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인력문제 해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기업들은 대학과 협약을 맺고 인재육성에 나섰다. 대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맺은 계약학과 가운데 기업체 취업형은 2025년도에 19개 학과에서 1000명을 선발한다. 반도체를 비롯 스마트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등 일부 첨단산업 관련학과로 구성돼 있다. 이들 학과에 들어가면 기업체 장학금을 받고 해당 기업체 취업이 보장된다. 기업이 필요로 한 분야의 인재를 한정해 뽑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소제조업의 경우 부족한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디지털 전환을 꾀한다. 중소제조업은 새로 입사하는 젊은층은 부족하고 숙련된 베테랑들은 물러나고 있어서 구조적 만성적 인력난에 처해 있다. 일부는 로봇을 배치하는 전략을 쓴다.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도 낮출 수 있지만 로봇 등 디지털 전환이 중소기업 인력난을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막대한 시설투자금을 감당해야 한다. 또 전문가들은 현장상황과 생산공정에 맞는 로봇을 들이지 않을 경우 실패할 수도 있다고 본다. 사전준비 단계에서 공공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대목이다.

고숙련 은퇴자 활용 등 다양한 방안 검토하고 정책대안 마련할 때

고숙련 은퇴자를 적극 활용할 방안을 검토할 때다. 독일기업 지멘스는 ‘고령자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도입해 40세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기업 내 인력 고령화에 따른 대책을 마련했다. 고숙련 은퇴자 고용연장과 장기근로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사회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제는 정년을 넘겨도 계속 일해주기를 바라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할 때다.

중소·중견기업의 인력난이 더 가중된 데는 대기업의 인재 영입도 하나의 요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모두 상생하는 협력모델로 업종별 인재육성 자율규약을 체결하고 산업인재 이적제도(가칭)를 도입해 인력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대기업은 인재 보유 중소기업에 이적료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중소기업 인재유출을 막고 중소기업이 인재양성소로서 신규 인력을 키우는데 투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현주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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