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막히니…그린벨트 풀어 주택공급

2024-08-09 13:00:03 게재

서울시 정부 부동산대책 동참 해제 대상지는 11월 공개키로

서울시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주택을 공급한다. 수도권 집값 급등 사태를 맞아 정부가 긴급하게 내놓은 주택공급 대책에 동참키로 하면서다. 기능을 상실한 개발제한구역 일부를 푸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상지는 현장실사를 거쳐 오는 11월 중 공개된다.

오세훈 시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시는 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시 차원의 주택공급 확대 세부 대책을 발표했다. 직접 발표에 나선 오세훈 시장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주택공급을 위해 불가피하게 개발제한구역 일부를 해제하기로 했다”면서 “자연환경 보존과 공간 확보라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취지와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시가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주로 짓게 될 집은 신혼부부용 전세주택이다. 서울시에서 이미 시행 중인 신혼부부용 20년 전세자가주택을 집중 공급해 저출생 대책을 위한 주거안정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가능한 제한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이미 훼손돼 기능을 상실한 구역으로 한정해 해제할 계획이며 정부와 함께 대상지 검토에 착수한다.

투기 예방 조치도 시행에 들어갔다. 앞서 시는 7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울시 전체 개발제한구역 149.09㎢ 가운데 23.93㎢를 제외한 125.16㎢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미 거래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서초구 일대(21.29㎢)와 국토부가 지정한 송파구 일대(2.64㎢)가 단지 중복지정을 피한다는 이유로 제외된 것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개발제한구역이 허가없이 거래가 불가능한 지역에 들어간 셈이다.

그간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극도로 자제해왔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엔 문재인정부와 충돌까지 감수하며 해제 요청에 맞섰다. 하지만 이번엔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요청에 동참을 결정했다. 최근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서울 집값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 배경으로 더디게 진행되는 재건축 재개발 문제를 꼽는다. 집 지을 땅이 부족한 서울에선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신축 공급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한 유일한 방안인데 이 루트가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에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으면 서울시와 정부는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발제한구역도 잃고 집값도 잡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는 그린벨트 해제 외에도 기존 정비사업 속도내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사업속도를 높이기 위한 총회 전자투표 도입, 정비사업 통합심의 대상을 소방·재해평가까지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조치의 일환이다. 공사비 갈등에도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개선방안이 적용되면 사업시행인가부터 준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기존 7년에서 4~5년으로 최대 3년 더 단축할 수 있다”며 “일련의 조치들이 계획대로 시행되면 향후 6년간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총 13만호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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