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전망에 뒤숭숭 …“일극체제 보완·당내 공간 없어”
광복절 특사로 복권 가능성 … 정치활동 길 열릴 듯
“민주당 역동성 커져” … “당장 일어날 변화 없어”
‘10월 위기론’ 맞물려 ‘민주당 흔들기’ 카드 해석도
8.15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 명단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포함되면서 민주당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8.18 전당대회에서 대표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의원에게 집중된 차기 권력에 대한 기대감이 분산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민주당내 친문그룹이 결집해 이재명 체제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것이다. 벌써부터 비명계(비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일극체제를 보완, 대체할 수 있어 당의 역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반겼다. 반면 친이재명계에서는 “김 전 지사가 돌아온다고 이재명에 대한 압도적 지지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본인의 입장과 판단이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당 일각에선 “대통령실에서 민주당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법무부 사면심사위가 8일 회의에서 김 전 지사를 포함하기로 결정한 후 윤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남은 상황이다. 복권 결정이 내려질 경우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까지 제한돼 있던 피선거권을 회복한다. 2022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후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영국에 머물다가 지금은 독일에 체류중이다. 당초 연말쯤 국내로 돌아올 계획이었으나 복귀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복권과 함께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출마 길이 열린다. ‘이재명 체제’로 불리는 민주당의 차기 권력지형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1대 국회 이후 이재명 대표 체제 등장 후 당내에서 영향력을 상실한 비명계의 반격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 대표경선에 나선 김두관 후보는 김 전 지사를 차기 대선후보로 호명하며 당내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9일 입장문을 통해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이 민주당의 분열이 아니라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방송된 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 인터뷰에서는 2026년 경남지사 선거 출마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후보는 “저는 차기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를 안 한다고 얘기를 한 바 있다. 반면 김경수 전 지사는 (과거 경남지사 재임 당시) 4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고, 본인이 추진한 ‘부울경 메가시티’ 등이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노·친문계 인사들을 대거 참모로 받아들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촉구한다”고 한 점도 가볍지 않다. 김 지사는 “‘내 편 사면’, ‘선택적 사면’은 이미 충분히 했다. 이번 8.15 특별사면은 달라야 한다”면서 공정 등을 주장했지만 김 전 지사와의 연대 등을 통해 반이재명계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의 영남권 한 친노인사는 9일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뤄진다면 영남의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정치적 구심이 되고, 민주당 안에서도 이재명 체제에 대한 우려를 보완할 수 있는 카드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재명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에게도 다른 선택지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의 한 의원은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아직 친문의 세력화를 염려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김 전 지사) 본인 입장과 무관하게 잠룡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좋은미래 소속의 한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보다는 차라리 김경수가 낫다고 본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면서 “이재명 전 대표 쪽에서는 당연히 여권발 분열 획책이라고 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 대표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 거론된 ‘10월 위기설’과 맞물려 민주당 흔들기용 카드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같은 인식은 친명계 인사들 안에서도 나온다. 친명 핵심으로 통한 중진의원은 “당초 내년 3월쯤 복권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대통령실에서 민주당을 흔들어보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나 싶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로 한동훈 대표가 등장하고 이재명 전 대표의 대항마로 친문들의 상징성이 있는 인물로 김경수 전 지사를 복권시켜 혼란을 주려는 것 같다는 해석이다. 그는 “민주당원과 지지자들이 김 전 지사나 친문인사 결집을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이재명에 대한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 상황에서 반이재명 연대 성격의 정치적 연대가 들어올 공간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친명계 핵심 재선의원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언제가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대선구도에서 다자대결로 가는 것이야 언제든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면서 “당장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보는 것은 그러기를 바라는 시각 아닌가”라고 평가절하 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