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바라보는 민주당
금투세 논의, 전당대회 뒤로
이재명 “교조적 안 돼, 유예·완화” … “새 지도부에서 결정”
당론 법안 정하던 것과 달라 … 국민의힘 “민주당 의견 뭐냐”
당대표 경쟁자 김두관 후보 비판, 정책위의장도 ‘원칙론’ 가세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세 폐지’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결정시기를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놨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재명 전 대표는 민주당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내년 시행 원칙’과 거리가 있는 의견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당대표선거 경쟁자인 김두관 후보뿐만 아니라 진성준 정책위 의장까지 나서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자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법안에 대해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 채택이나 보류 등 의사결정을 해오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입장과 입만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금융투자세와 관련해서는 당내에서 여러 의견이 있고 특히 이재명 전 대표와 정책위 의장 사이에 다른 의견이 있다는 점에서 결정시기를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 놨다”면서 “거대한 공당인 민주당은 이견이 있으면 토론을 거쳐 결정하는 게 원칙이고 당대표가 혼자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유예’와 ‘과세대상 축소’ 의견을 내놓고는 “세금에 대해 교조적으로 매달리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진 의장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재명 전 대표의 입장에 대해 “금투세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고 또 당신도 주식 투자를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공제 한도 5000만 원을 한 두 배쯤 상향하면 반대 여론이 조금 누그러들지 않겠는가라고 하는 판단 때문에 그러신 것 같다”며 “이재명 (전) 대표께서 합리적인 분이시기 때문에 당신의 발언이라고 해서 고집하는 게 아니고 당내 여러 의견들 합리적인 얘기들을 들어서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될 거고, 그렇게 총의가 모이면 대표도 그 총의에 따르실 것”이라고 했다.
진 의장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과 이미 ‘2년간의 유예’가 있었다는 점, 금투세 폐지나 유예는 부자감세라는 점, 주식시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원칙대로 내년 시행’을 강도 높게 주장했다. 김두관 후보는 진 의장과 같은 이유로 경쟁자인 이 전 대표의 금투세 완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진 의장은 “전당대회에서 최종적으로 지도부가 구성되고 나면 그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의 총의를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며 “당연히 정책위원회에서도 의견이 있을 것이고, 또 저희 상임위원회에서도 의견이 있을 텐데 그런 의견을 바탕으로 해서 전체적인 의견을 한 번 토론 해서 정리해야 된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새로운 지도부가 형성이 되면서 그 이후에 조금 더 숙고된 아주 좋은 안을 만들 거라고 본다”고 했다.
당대표 선거가 오는 18일 마무리되는 만큼 그때까지는 금투세 부분에 대한 당내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당대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이재명 전 대표의 생각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이를 두고 의원총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재명 전 대표가 당대표 재선에 성공하면 이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한동훈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판단도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금투세 폐지 공개토론’을 요구하며 ‘민주당의 입장이 뭐냐’고 따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금투세에 대한 당론을 정하고 토론에 참여하게 되면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맞물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주가 추락 등을 제도의 문제로 전환시키려는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동훈 대표 같은 경우는 이 국가위기의 문제를 금투세라고 하는 하나의 부분을 가지고 프레임 전환해서 끌고 가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면서 “하나의 정쟁적 요소를 가지고 지금 접근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국가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할지에 대한 것들을 대안을 얘기하면서 나와야 된다”고 했다.
민주당 또다른 핵심관계자는 “금투세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보완하고 정밀하게 다듬어서 내놔야 한다”면서 “이재명 전 대표의 의견도 있고 당내 다른 의견도 있으므로 전당대회 이후 시간을 갖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