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 여행 2

화석에너지 제로 섬에서 만나는 섬의 역사

2024-08-09 13:00:03 게재

연대도(경남 통영시)는 화석에너지 제로의 섬이다. 2011년 에코아일랜드 사업으로 태양광발전소가 건립돼 섬 전체가 화석연료가 아닌 햇빛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통영시 연대도. 사진 섬연구소 제공

하지만 정부 지원으로 이루어졌던 연대도에코아일랜드 사업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주민 공동소유의 연대도 폐교를 리모델링 해 만들었던 에코체험센터는 10년이 지나면 매각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라 주민 투표 결과 개인업자에게 팔리고 말았다. 안타까운 결정이었지만 그나마 태양광발전소라도 남았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연대도는 섬 정책의 아픈 손가락이다.

이웃 섬 만지도는 연대도와 인도교(출렁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길은 본래 연대도 지겟길이 먼저 생겼고 나중에 만지도 둘레길이 생겼지만 인도교 덕에 두 개의 섬 길도 하나로 이어져 동시에 걷기가 가능하게 됐다.

경남 통영시 만지도. 사진 섬연구소 제공

그래서 백섬백길에서는 두 길을 통합해 연대만지도 지겟길로 명명했다. 백섬백길 1코스다. 전체 길이도 6.2km 밖에 되지 않으니 두 섬을 별도로 걷기보다는 한 번에 걷기를 권장하는 뜻에서다. 섬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연대만지도 지겟길은 섬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다니던 옛길이다. 바다 풍경을 보며 걷는 해안 길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숲길로 이루어져 있다. 또 마을 안길을 통과하게 되어 있어 섬 주민들 삶의 모습도 잠깐씩 엿볼 수도 있다.

주민 30여명이 거주하는 만지도는 인근 다른 섬에 비해 비교적 늦게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해서 늦은(晩) 섬, 만지도란 이름을 얻었다 한다.

주민 70여명이 거주하는 연대도의 연대봉(220m) 정상에는 외적의 침입을 알리던 봉수대 터가 있다. 연대도란 이름은 이 연대봉에 있던 봉수대에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지겟길은 둘레길이기 때문에 연대봉 정상을 통과하지 않는다. 걷기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와 지겟길을 이어서 걸어도 좋다.

연대도는 아직도 섬의 토착 신앙 의례인 당제를 지네는 드문 섬 중 하나다. 예전에 비해 규모는 작아졌지만 음력 1월 초면 별신장군대 앞에서 당제인 별신제를 지낸다. 별신은 벌(들판)의 신, 혹은 뱃신(선왕) 등을 일컫는다는데 연대도 마을 해변길을 지나다 보면 별신장군대를 만날 수 있다.

연대도 사람들은 근래까지도 이순신 장군 사당인 충렬사의 소작인으로 살았다. 조선 숙종 44년(1718년) 군창(軍倉)에 속해 있던 연대도의 둔전 30여마지기가 충렬사의 사패지(賜牌地)로 하사됐다.

사패지는 임금이 왕족이나 공신 등 국가에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공신전 등을 내리고 그 토지에 대한 지배권을 문서로 보증해준 땅이다. 사패지인 연대도 땅에서 나오는 곡식으로 제사 비용을 충당하게 했으니 주민들은 모두가 충렬사의 소작인이었다.

300석 보리농사를 지으면 150석을 공출해 갔다. 무려 5할의 소작료였다. 왕조시대에 하사된 땅의 지배권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와서도 이어졌다. 1989년이 돼서야 주민들은 공시지가대로 값을 치르고 자기 땅을 만들 수 있었다. 연대도 마을 길에서는 연대도 주민들이 땅을 찾은 뒤 세운 <연대도사패지해면기념비> 를 볼 수 있다.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섬의 역사다.

백섬백길 홈페이지 : 100seom.com

공동기획 :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