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 재활성화

지난해 60만명 유치, 팬데믹 이전 최대 실적 넘어서

2024-08-13 12:59:59 게재

외국환자, 상급종합병원부터 의원급까지 두루 찾아 … 중환자 진료·검진과 미용 피부·성형 등 모든 진료과 늘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춤했던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관광)가 각국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팬데믹 이전 외국인환자를 최대로 유치했던 2019년 실적보다 지난해 1.2배 증가하는 등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글라스고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관광객은 2019년 2300만명에서 2020년 1400만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팬데믹 해제 이후 다시 증가해 2025년까지 연평균 11.2% 성장해 연간 4400만명의 사람들이 자국을 떠나 의료관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의료관광시장 규모는 2022년 1156억달러를 기록해 2032년까지 연평균 11.59% 성장해 3461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만큼 기회가 생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소병원 의원급 그리고 한방 의료기관까지 다채롭게 외국인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해 왔다. 외국인환자가 찾은 진료과는 피부과 성형외과 분야를 가장 많이 찾았고 고난이도 진료분야도 많이 찾았다. 지난해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통계를 통해 우리나라와 해외 의료관광 현황을 살펴보고 보건의료로 국부창출의 또 하나의 길을 찾아본다.

최근 3년간 전세계적으로 국가간 이동을 제한시켰던 코로나19대유행이 잦아들면서 의료관광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행한 ‘2023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2023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환자는 60만6000명이다. 이는 팬데믹 이전 외국인환자를 최대로 유치했던 2019년 49만7000만명 실적보다 약 1.2배 늘었다.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을 시작한 2009년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세계적으로 의료관광이 활성화될 전망임에 따라 우리나라도 앞으로 관련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13일 박진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외국인환자유치기획팀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 외국인환자 유치 실적을 냈다”며 “향후 성장을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우리나라 의료 우수성을 해외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높은 의료기술에 저렴한 의료비와 빠른 검진 장점 = 우리나라를 찾아 진료를 한 실제 환자수는 2019년 49만7474명으로 유치사업이후 최대를 기록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020년 11만7069명, 2021년 14만5842명, 2022년 24만8110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60만명을 넘었다. 방문회수를 고려한 연환자로는 111만7112명이다.

지난해 기준 환자 국적별로는 일본이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미국-태국-몽골 순이었다. 일본과 중국이 전체 외국인환자의 49.5%(30만명)를 차지했다. 전년대비 증가율을 보면 대만과 일본이 각각 866.7%와 762.8%로 나타났다.

일본 환자들은 2023년 18만8000명이 국내 의료를 이용했는데 2022년 2만1000명 대비 762.8%,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만8000명 대비 174.4% 늘어 역대 가장 많은 환자 수와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두 번째 많이 찾은 중국은 지난해 11만2000명이 찾았다. 2022년 4만4000명 대비 155.3% 늘었으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6만3000명 유치실적의 68.9% 수준으로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3위 국가는 미국이다. 지난해 7만7000명이 우리 의료를 이용했다. 2022년 4만4000명 대비 74.5% 증가했다. 2019년 5만8000명보다 많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4위 태국은 지난해 3만명으로 팬데믹 이전 2019년 실적을 넘어섰다. 2022년 2만명 대비 51.1% 증가했다.

5위 몽골은 2023년 2만2000명으로 2022년 1만4000명 대비 56.1% 증가했다. 2019년 1만8000명보다 4000명 늘었다.

상위 10개국 가운데 동남아시아 국가는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등 4개국 7만7000명으로 전체 외국인환자의 12.8%였고 전년보다 대만 866.7%, 싱가포르 257.9%로 가장 크게 늘었다.

◆모든 진료과에서 외국인환자 늘어 = 모든 진료과에서 외국인환자 수가 증가했다. 특히 피부과 성형외과 한방통합 진료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늘었다. 피부과가 23만9000명으로 전체 진료과 가운데 35.2%로 가장 많았다. 성형외과(16.8%) 내과통합(13.4%) 검진센터(7.4%) 한방통합(2.7%)가 뒤를 이었다.

증가율로 보면 피부과(563%) 한방통합(311.4%) 검진센터(161.6%) 성형외과(146.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신경외과(36.2%) 정형외과(36.3%) 이비인후과(38.0%) 내과통합(39.0%)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증가율이 높은 피부성형외과를 이용한 상위 20개국을 살펴보면 전년 대비 대만(1300.2%) 일본(922.2%) 독일(351.5%) 싱가포르(351.3%) 중국(320.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박 팀장에 따르면 이들 진료과에 많은 외국인이 찾아온 것은 일본 대만환자의 선택 결과이다. 두 나라 환자들의 피부과 이용은 2022년 0.7만명에서 2023년 12만7000명이었다. 성형외과 이용은 2022년 9000명에서 2023년 4만3000명, 한방통합은 2022년 1000명에서 2023년 1만1000명으로 늘었다.

전체 환자의 31.0%를 차지한 일본 환자의 83.9%가 피부성형외과에 집중됐다. 지표상 한방통합이 증가한 것에도 이 분야에 일본 환자가 대폭 늘어난 결과다. 비수술 선호와 아토피 건선 여드름 등 피부진료 선호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사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왼쪽)가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암질환 중증질환 분야 환자 유치도 활성화 = 외국인환자를 가장 많이 유치한 지역은 서울이 47만3000명(78.1%) 경기 5만명(8.4%) 대구 1만5000명(2.5%)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비중이 지난해 88.9%로 나타나 전년보다 78.2%보다 늘었다.

수도권에 집중된 성형피부과 외국인환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외국인환자의 66.5%는 의원급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종합병원 8만1640명(13.5%), 상급종합병원 6만4057명(10.6%) 순으로 이용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지난해 40만2674명으로 전년도 9만168명(36.3%)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의료기관종별로 이용국가순으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에는 미국 중국, 종합병원에는 중국 미국, 병원에는 중국 미국, 치과병의원에는 베트남 중국, 한방병의원에는 일본 중국, 의원급에는 일본 중국에서 많이 찾은 상위권이 속했다.

박 팀장은 “피부 성형과 관련해서 찾는 비중이 많다보니 이 분야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실제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 외국인환자의 암질환이나 중증질환 진료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난이도 진료 만족도 높아 = 최근 서울아산병원의 진료사례를 보면 해외환자의 국내 의료이용 만족도를 엿볼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 초고도비만 환자 자밀라(가명, 38세)씨는 2022년 본국에서 쌍둥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그해 6월 작은 자궁근종들과 심각한 골반유착 난관수종(나팔관 끝이 손상 또는 감염으로 막혀 나팔관에 물이 차는 질환)이 발견됐다. 8월 복강경을 이용한 유착제거술과 난관절제술, 12월 골반통증과 월경과다를 치료할 목적으로 미레나 시술을 추가로 받았다.

하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청의 도움으로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와 연결됐다.

서울아산병원의 확인결과 자밀라 씨는 심한 유착에 키 154cm · 체중 124kg인 초고도비만 상태로 수술 절개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피부 또는 조직의 결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컸다.

이사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절개 부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환자의 수술 후 회복에도 좋다는 판단에 따라 비록 고난도지만 개복 대신 로봇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올 2월 이 교수는 로봇을 이용해 배꼽 안쪽 한 군데만 절개해 자밀라씨의 자궁을 성공적으로 잘라냈다. 수술 후 한 달간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인 자밀라씨는 워낙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았고 3월 11일 네 아이들이 기다리는 아랍에미리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체질량지수(BMI)가 52에 많은 수술로 유착이 생긴 고위험군 환자에게 단일공(SP·Single Port) 로봇으로 자궁을 절제한 건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지금까지 로봇 자궁절제 사례 중 가장 비만한 환자는 체질량지수가 41.5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미국 환자들이 국내 의료를 이용하는 배경에는 미국 현지 대비 △저렴한 의료비 △짧은 대기시간 △검진 확인이 빠른 점 등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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