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퇴행” 비판속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물결
14일 기림의날 맞아
기념식·추모 문화제
정부의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동의 의혹, 친일인사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에 대한 ‘역사 퇴행’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 기림의날)’ 행사가 열린다. 음악·영화·연극·전시 등 추모방식도 다양하다.
대구시 산하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12일 ‘2024 예술인파견지원사업-예술로 대구’ 선정 기관인 사단법인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과 함께 14일 중구 ‘오오극장’에서 ‘기림의날’ 기념식과 추모문화제를 거행한다고 밝혔다. 추모문화제는 ‘홀씨가 꽃을 피우다’를 주제로 설성원의 영상, 박금현의 성악, 이혜정의 2인극, 이상명의 연출과 성창제의 연기로 만들어진 극을 통해 추모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천에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노동자의 넋을 함께 기리는 기념식이 열린다. ‘202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기념식 추진위원회’는 광복절인 15일 오후 6시 부평공원 소나무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과 일제강점기 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기념식을 개최한다. 추진위측은 “최근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을 듣고 강제징용 노동자를 추모하는 자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부평공원은 평화의 소녀상과 징용노동자상이 모두 설치돼 있고 역사적 의미도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는 기림의날을 앞두고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전일빌딩 245 시민갤러리에서 ‘기억의방’을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 서양화가 이인혜 작가 등이 협업해 위안부 피해자 39인의 초상화를 만들고 관람객이 ‘카타콤베’(고대 기독교의 지하 묘소)를 연상하는 공간에서 애도와 각성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
전북도는 기림의날을 기념해 오는 18일까지 문화공간 ‘하얀양옥집’에서 다양한 추모행사를 연다. ‘정의·여성·평화’를 주제로 전북지역 여성작가 5인의 작품전시와 ‘정의기억연대’의 기록물 전시, 전북지역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이야기를 담은 영상 상영 등이 진행된다.
부산시는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기념식과 함께 인도네시아 자바섬으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한 고 정서운 할머니의 생전 인터뷰 육성을 담아 제작한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 공연과 추모공연 ‘물망초’ 등을 진행한다. 경남도는 지난해까지는 기념식을 개최했지만 올해는 작은소녀상이 있는 37개 도내 학교들에 추모공간을 조성하는 것으로 기념식을 대체하기로 했다.
충남에서는 도가 주관하는 기림의날 추모행사와 연계해 16~17일 이틀간 충남도서관 문화동에서 ‘함께 날자, 평화를 향해’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충남문화관광재단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일분군 위안부 기림의날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희망의 벽 꾸미기, 나비 키링 만들기 등 6가지 체험으로 이뤄진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10일 나눔의집에서 ‘노란나비-다음세대의 약속’을 주제로 기림의날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달 8일부터 3주간 139명(팀)이 참여한 ‘기억의 꽃배달’ 캠페인 결과를 공유하고 청년·청소년 등 미래세대가 직접 참여하고 행동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수원 안양 화성 시흥 등에서도 기림의날 행사가 열렸다.
한편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고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1991년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이다. 정부는 김 할머니의 용기를 기억하고 피해 역사를 알리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8월 14일을 국가기념일인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했다.
곽태영·최세호·곽재우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