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준 철도공단 전 간부 재판행
검찰 “지위 이용한 하도급 강요 대가로 수억 뇌물” … 공단은 “비리 근절대책 마련”
지위를 이용해 특정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주도록 하고, 뇌물을 받아 챙긴 국가철도공단(철도공단) 전직 간부와 업체 회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방검찰청 형사4부(김가람 부장검사)는 13일 전직 철도공단 기술본부장이자 상임이사였던 A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A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전철 전력 설비 관련 업체인 B사 회장과 계열사 C사 대표도 각각 구속기소 했다. B사의 또 다른 계열사인 전차선로 관련 D사 실운영자는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공사를 낙찰받은 회사 3곳에 B사가 시공할 수 있도록 하도급을 주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또 요구를 거절할 경우 지위를 이용해 공사 진행 등을 방해할 것처럼 위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20년 7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네차례에 걸쳐 B사 회장과 계열사 관계자들로부터 6605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 두 점과 설 선물 비용 200만원, 368만원 상당 순금 호랑이 1냥을 받았다. 또 1억8000만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 1대를 받기로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재하도급도 강요 = 함께 구속된 C사 대표의 경우 전기공사업법상 도급받은 전기공사는 다른 사람에게 하도급을 주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D사에 일괄 하도급했다.
그는 또 2020년 12월부터 2021년 7월까지 회사 자금 2억원으로 본인 명의의 땅과 아파트를 산 혐의(업무상횡령)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B사는 국가철도공단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할 자격을 갖지 못함에도 A씨에게 지속해 금품을 상납하고, 이 대가로 불법 하도급 공사를 챙겨 300억원 이상의 전차선로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자체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해 철도공단 고위 간부가 직무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법 하도급을 조장하는 구조적 비리를 확인하고 장기간 상납 등 뇌물 수수 범행을 밝혀냈다.
철도공단은 지난 7일 검찰과의 간담회를 거쳐 해당 공사 현장 시공관리 실태와 안전을 점검하고, 공단이 발주한 철도 전기공사 하도급 실태를 조사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철도 안전을 위협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부정부패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부실시공부터 점검 = 이번 불법하도급 비리와 관련해 철도공단은 소속 직원의 비위행위 재발 방지를 위한 ‘철도사업 비위 근절 특별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철도공단은 먼저 전기공사 부실시공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수사 결과 밝혀진 불법하도급 3건에 대한 특별점검을 시작으로 전기공사 전반의 부실시공 여부를 철도공단의 ‘안전품질 기동 점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기공사 계약 적정 이행 여부도 점검할 계획이다.
점검 항목은 △전기공사 계약업체 직접 시공과 하도급 여부 △계약 절차·내용 적정 여부 등이다. 점검 과정에서 부정당 업체가 적발될 경우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한다는 것이 철도공단의 설명이다.
또한 철도공단은 전기공사 계약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사업수행능력평가(PQ) 통과 업체에 대한 실사 철저 시행 등 불법하도급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참여기술자 변경이력 관리와 재직 증명 확인 제도를 고도화해 불법하도급 취약 요인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요 의사결정 시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중요한 발주기준 변경 사항은 공개 간담회와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하고, 관련 협회의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부패행위자 적발 시 내규에 따른 징계는 물론 형사고발, 환수 등의 조치를 해 일벌백계 문화를 조성하기로 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철도 비리 문제를 바로잡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철도산업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세풍 김선철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