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30 본지정 가속도

현대-LG'연합공과대' 구성, 제조업 허리인재 양성한다

2024-08-16 13:00:03 게재

현대 울산과학대와 LG 연암공과대 만남으로 주목 …동남권 제조벨트 인력수요 대응하는 초광역 연합공대 출범

2024년 글로컬대학 본지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제출된 실행계획서를 토대로 8월 중으로 대면 심사 평가를 거쳐 같은 달 말께 글로컬대학 본지정 여부를 결정해 발표한다. 교육부는 4월 16일 2024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 결과 발표를 통해 20개(33개교) 대학을 예비대학으로 선정했다. 유형별로 단독 11개(11개교), 통합 3개(8개교), 연합 6개(14개교)이다. 글로컬대학은 정부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비수도권 일반재정지원대학과 국립대학을 키우기 위해 5년간 1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교육부는 지난해 10개교를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30개 대학을 선정한다. 사업 시행 첫해인 2023년에는 전국 신청 대상 대학(166곳)의 65%인 108개 대학이 신청해 10개 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됐다.

글로컬대학은 담대한 혁신으로 지역의 산업·사회 연계 특화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을 뜻한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이러한 글로컬대학을 30곳 선정해 재정투자·규제특례 등 혜택을 줄 계획이다.

해외에선 대학들이 대학 간, 산업 간 벽 허물기에 나선지 오래다. 미국 올린공과대는 대학이 지역 기업별로 연구실과 연구원을 제공하고 기업 연구개발 및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중심 교수학습(PBL)으로 전면 개편했다. 올린공대만의 독특한 이 프로그램은 학교와 기업의 협업으로 운영된다. 학생 4~5명이 팀을 이뤄 여러 전공을 넘나드는 해결책을 도출해내며 현장 감각을 익힌다. 학과는 나눠져 있지 않고, 그 안에서 융합 교육이 진행된다. 올린공대는 최근 몇년 사이 한국에서 각광받는 미국 대학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미래의 교육’을 현실로 가져와 아이비리그와 어깨를 견주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울산의 울산과학대학교와 경남의 연암공과대학교가 대학의 벽을 허물고 ‘연합공과대학’을 구성했다.

울산의 울산과학대학교(총장 조홍래)와 경남의 연암공과대학교(총장 안승권)가 대학 간, 산업 간 벽 허물기에 나서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조벨트 생산기술 실무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의 벽을 허물고 ‘연합공과대학’을 구성했다. 울산과학대학교 11개 학과 904명과 연암공과대학교 5개 학과 445명 등 입학 정원 1349명의 연합공과대학은 ‘무학과 단일계열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울산·경남 제조업의 허리, 인력부족 심각 = 통계청이 제공하는 국가통계포털의 2022년 시도별 경제활동별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면 울산과 경남은 우리나라 제조업 총생산의 16.2%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동차·조선·기계·화학의 제조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더불어 이 지역의 관련 기업들은 수많은 제조 인력을 채용하는 등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제조업에서는 연간 2만7000여명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제조업 인력의 약 80%가 전문대졸 이하 이공계열 전공자인데 동남권 전문대학의 공학계열 학생은 2013년 1만8500명에서 2023년 9100명으로 51%나 급감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교수이자 전 세계은행 부총재인 이언 골딘은 저서인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에서 도시가 몰락하는 주된 이유의 하나로 제조업의 쇠퇴를 들었다. 제조업의 위기 원인은 크게 생산 인력 부족과 그 인력의 역량이 부족한 것에서 찾을 수 있는데 동남권에서 제조 인력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전문대학 공학계열 학생의 급감은 울산과 경남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울산과 경남에 자리한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가 연합대학을 구성해 교육부의 2024년 글로컬대학30 사업에 도전하면서 동남권 산업벨트가 요구하는 고급 제조 인력을 양성해 권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학알리미의 2023년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미 두 대학의 공학계열 재학생은 울산과 경남지역 전체 전문대학의 약 56%,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전체 전문대학의 40%에 달할 정도로 동남권 제조업의 인력 수요에 크게 부응하고 있다.

울산과학대학교(사진)와 연암공과대학교의 '연합대학' 글로컬대학 지정 협력을 위해 지자체의 행정지원과 울산-경남지역 기업이 대거 참여해 역량을 결집했다. 사진 울산과학대학교 제공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컬 연합공과대학(GLIT : GLocal Institute of Technology)’을 구축했다. 현장 실무인력을 양성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가진 두 대학의 경험과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해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지역의 생산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울산과학대학교는 전국에서 제조업이 가장 발달한 울산에 자리한 만큼 로봇 활용 기반 생산 자동화, 이차전지, 에너지화학, 미래자동차, 스마트·친환경선박 등의 분야에서 지역의 제조업 생산기술 전문 인력 양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연암공과대학교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공학 허리 인력 배출을 목표로 사천의 항공우주산업, 창원의 ICT융합 등 지역 기반 산업 필요 인재 육성과 기업 참여형 교육 운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사진)의 '연합대학' 글로컬대학 지정 협력을 위해 지자체의 행정지원과 울산-경남지역 기업이 대거 참여해 역량을 결집했다. 사진 울산과학대학교 제공

◆현대와 LG의 도전 DNA 물려받아 =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의 글로컬대학 도전에 두 대학의 설립 주체인 HD현대와 LG도 팔을 걷어붙였다. 두 기업은 상당한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더해 두 대학은 현대와 LG가 가진 도전의 DNA와 개척정신까지 물려받았다. 두 대학과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지자체와 학교법인이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대학의 사업 추진 목적에 공감하고 수백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해 체계적 사업 추진의 기반은 이미 다져진 상황이다.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가 구축한 글로컬 연합공과대학은 동남권 제조인력 양성과 권역 상생을 목표로 △마이크로디그리 기반의 초개인화 교육과정 운영 △캠퍼스의 실습장화 및 공장화를 구현한 실습·생산 병행 공장인 심팩토리(SimFactory) 구축 △연합공과대학 운영모델의 확산을 통한 지역 정주 생태계 조성 등 3가지 핵심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첫번째 마이크로디그리 기반의 초개인화 교육과정 운영의 핵심은 ‘라운드어바웃(Roundabout) 교육과정’이다. 울산과학대학교-연암공과대학교 글로컬 연합공과대학은 무전공으로 입학한 재학생에게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학습경로를 제시한다. 학생은 본인의 적성과 필요에 따라 직무에 맞춰 개발된 각각의 마이크로디그리 기반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조합된 결과에 따라 확정된 학과의 졸업장을 받는다.

두번째 심팩토리(SimFactory)는 실습과 생산을 병행하는 공장으로 대학 캠퍼스에서 현장실습이 가능한 산학협력 혁신 모델이다. 실물 공장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구성된 ‘현실과 가상’의 병합 실습 공간을 구축해 산업현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장 적응력을 극대화한다.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의 '연합대학' 글로컬대학 지정 협력을 위해 지자체의 행정지원과 울산-경남지역 기업이 대거 참여해 역량을 결집(사진)했다. 사진 울산과학대학교 제공

세번째 연합공과대학 운영모델의 확산을 통한 지역 정주 생태계 조성의 핵심은 사업이 종료되는 5차년도까지 연합공과대학에 참여하는 대학을 최소 5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참여 방법은 대학 전체, 학과,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 단위 등으로 다양화해 소규모 전문대학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연합공과대학의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은 학생과 지역기업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러운 신설과 소멸이 진행돼 대학의 특성화와 지역 경쟁력을 향상하게 된다. 나아가 외국인 재직자 은퇴자 맞춤형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을 개발해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해당 지역에 정착하고 정주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울산과학대학교 손성민 기획처장은 16일 “울산과학대학교는 교육부가 2011년 당시 전국 146개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선정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사업에 전국 1위로 선정돼 사업이 종료된 2018년까지 8년 연속으로 WCC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대학의 경쟁력을 증명했다”며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는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지방전문대학활성화사업,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 등 교육부를 비롯한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전국 최고의 전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양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 연간 수백억원의 재정지원 사업비를 받아 집행하면서도 단 한번의 사건·사고와 주관 기관의 지적이 없었던 것은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가 HD현대와 LG의 윤리경영실, 정도경영팀으로부터 매년 강도 높은 재단 감사를 받으면서 쌓은 투명한 사업 운영 덕분”이라며 “철저한 경영과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는 지방정부와 함께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서 성공적으로 글로컬 연합공과대학을 운영하고, 동남권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과학대학교와 연암공과대학교의 '연합대학' 글로컬대학 지정 협력을 위해 지자체의 행정지원(사진)과 울산-경남지역 기업이 대거 참여해 역량을 결집했다. 사진 울산과학대학교 제공

◆울산과 경남 지역사회도 힘을 모아 = 울산과 경남 지역사회도 힘을 모으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6월 19일 울산시의회 1층 시민홀에서 ‘울산과학대학교-연암공과대학교 연합대학의 글로컬대학30’ 지정을 위한 공동추진기관 업무협약과 선언식을 개최했다.

김두겸 울산시장과 김기환 울산시의회의장, 최만림 경남 행정부지사, 차석호 진주시 부시장, 조홍래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안승권 연암공과대학교 총장, 임영호 HD현대중공업 부사장, 최해주 HD현대미포 상무, 이길노 LG전자 상무, 김남호 LG에너지솔루션 상무 등 9개 공동추진기관과 21개 공동협력기관의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21개 공동협력기관은 울산대학교, 울산과학기술원, 춘해보건대학교,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울산고용노동지청,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본부, 한국산업인력공단, 울산연구원,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울산테크노파크, 경남테크노파크, 울산정보산업진흥원, SK에너지, 신성델타테크, 울산상공회의소, 진주상공회의소, 사천상공회의소, 울산시 중소기업협회, 울산시 공장장협의회, 울산과학대학교 산학협력총괄협의회 등이다.

김기수 기자·울산=곽재우 경남=차염진 기자

kskim@naeil.com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