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③

소 닮은 섬 통영 우도…동백숲 터널 따라 둘레길

2024-08-16 13:00:02 게재

섬 이름은 섬의 생김새를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곰을 닮았다는 서산의 웅도(熊島), 말을 닮았다는 태안의 마도(馬島), 고슴도치를 닮았다는 부안의 위도(蝟島), 꽃을 닮았다는 여수의 화도(花島) 등이 그렇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소를 닮았다는 우도(牛島)다. 제주 우도처럼 통영의 우도 또한 소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웃 섬 연화도와 인도교로 연결되어 있는 우도는 통영 섬들 중 동백숲이 가장 아름다운 섬이다. 백섬백길 2코스인 우도 둘레길은 사철 푸른 동백숲 터널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길은 3.4km에 불과하지만 나무들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바다는 걷는 내내 설레임을 안겨준다.

홍합 삶던 우도 몽돌해변. 사진 섬연구소 제공

우도에도 여객선이 운항하지만 기항하는 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연화도에 내려서 인도교를 건너 우도로 가는 것이 편리하다. 우도와 연화도 인도교는 무인도인 반하도를 거쳐 가는데 다리를 건너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길 중간에 우도의 마을 신전인 당집도 만날 수 있다.

당제는 맥이 끊긴지 오래지만 당집은 잘 보존돼 있고 숲은 신령함으로 가득하다. 우도 주민들은 대부분 움푹 파인 분지 안에 둥지를 틀고 산다.

마을은 아늑하고 안온하다. 토담집과 돌담들, 원형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마을은 오래된 기억 속의 고향 같다. 옛날 섬사람들은 좁은 땅에 보리와 고구마를 심어 곡식 삼고 미역과 톳, 청각을 뜯고 홍합 등 해산물을 채취해 뭍에 팔아 연명했다.

한때는 작약을 제법 많이 심기도 했다. 한약재로 팔기 위해서였지만 값싼 중국산이 들어오면서 작약 재배도 끝나버렸다. 하지만 봄이면 섬에는 작약 꽃이 지천이다.

우도 동백길. 사진 섬연구소 제공

이 섬에서도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은 당산나무들이다. 우도의 당산나무는 큰 마을에 있는 생달나무와 후박나무다. 당산나무는 5백 년 동안이나 마을을 지켜준 공로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344호가 됐다.

큰마을 고갯마루에 줄 지어선 수백년생 노거수 동백나무들도 장엄하다. 고개 넘어 뒷등에는 작은 몽돌 해변이 있고 바로 앞바다에 구멍섬이 있다. 혈도(穴島)라고도 한다. 구멍 섬은 작은 무인도다. 섬의 앞뒤로 구멍이 뻥 뚫려 있다. 그래서 구멍 섬이다.

몽돌밭은 한때 우도 사람들의 가마솥이기도 했다. 말린 홍합은 우도 사람들에게 든든한 생계 밑천이었다. 홍합은 생것을 까서 그대로 말리기도 했지만 삶아 꼬챙이에 꿰어 말려서 팔기도 했다. 이를 오가잽이라 했다.

우도에는 홍합을 삶는 특별한 방식이 있었다. 보통은 솥에 물을 붓고 홍합을 삶아내는데 우도에서는 솥을 쓰지 않았다. 몽돌 밭을 솥 삼았다.

몽돌밭에 구덩이를 만들고 장작더미를 쌓아 불을 질렀다. 몽돌들이 뜨겁게 달궈지면 불을 끄고 홍합을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열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홍합을 볏짚이나 보릿대를 엮어 만든 거적으로 덮었다. 달구어진 몽돌이 홍합을 잘 익게 만들었으니 홍합 몽돌구이였던 셈이다. 그렇게 익힌 홍합을 꼬챙이에 끼워서 말렸다. 물이 귀한 섬에서 물을 아끼는 방법이기도 했다. 또 물에 삶은 홍합은 진액이 빠져나갔지만 몽돌에서 삶은 홍합은 진액이 그대로 남아 맛과 영양이 뛰어나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었다. 섬살이의 지혜였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