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해결도 ‘관계의 연결’이 기본이다

2024-08-19 13:00:01 게재

해양 탄소흡수 기능 극대화 논란

하버드대 성층권 제어 실험 취소

‘과학적으로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라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르고 각종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문제일수록 ‘과학적’이라는 말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느 한쪽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적인 접근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19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논란의 시도, 규제 당국이 승인할까?’ (워렌 콘월 객원기자) 기사에서 시키나 진나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크루즈 캠퍼스 교수는 “과학자들은 연구실에 머물러 기술적 문제에 집중하고 싶어 할 수 있지만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며 “과학자들이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우리는 계속 보류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키나 진나 교수의 말은 비과학자인 우리들이 직면한 여러 갈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과학을 찾지만 정작 과학자들은 소통을 강조하는, 모순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역대 최장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우리들이 체감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들이 잦아지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이러한 걱정들을 반영이라도 하듯 각종 정부정책들에도 기후위기라는 수식어가 유행처럼 붙는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기후위기 대응댐도 단적인 예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를 조절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을 줄여야 한다. 물론 인류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현상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해석한 말이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기술들은 이미 하루가 다르게 혁신을 거듭 중이다. 하지만 이들 기술은 전지구 생태계 체제에서 극히 일부다. 물질순환 관점에서 봤을 때 단편적인 기술이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미국환경보호청(EPA)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바닷물을 활용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실험에 대한 승인이 미국환경보호청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은 지구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바다는 자연적으로 알칼리성인데, 이러한 특성으로 매년 이산화탄소 100억톤을 흡수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4에 해당한다.

만약 바닷물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고갈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이점에 착안을 했고 부식성 화학물질을 투입해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후 실험실 수준의 연구들이 이뤄졌다. 나아가 이를 자연 상태에서 입증하기 위한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들도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지구공학에 대한 우려는 꽤나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난 3월 하버드대학은 성층권 제어 섭동실험(SCoPEx)을 취소하기도 했다. 만약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세계 최초의 야외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 실험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이 실험은 지구 성층권에 인위적으로 에어로졸을 주입해 온도를 낮추겠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지구공학 기술들이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조차도 기술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기후위기 대응이 절실해지면서 ‘물-에너지-식량-토지이용 넥서스’ 등 각종 연계를 강조한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열린계(Open system)인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연한 현상이며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학은 인간이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건 ‘관계의 연결’에 달렸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 설명

지구공학 =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지구 기후체제를 의도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조작하는 기술이나 방법이다. 주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 양을 관리하거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방법에 중점을 둔다. 지구공학은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나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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