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이탈 사고’ KTX 열차 운행 재개
경부선 양방향 첫 열차부터 … 사고 원인 ‘바퀴 축 발열’ 추정
동대구역에서 경주역으로 가던 KTX-산천 열차가 궤도를 이탈한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복구돼 경부선 양방향 열차가 정상화 됐다. 이런 가운데 궤도 이탈 원인으로 ‘바퀴 축 발열’이 추정되면서 폭염이 철도 안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사고 복구와 시설물 점검을 완료해 19일 오전 경부선 양방향 KTX 첫 열차부터 운행을 정상 재개했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장 복구는 오전 5시 8분쯤 모두 마무리됐고 궤도에 있던 열차를 기지로 옮겨 입고한 시각은 오전 7시 5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오후 4시 38분쯤 동대구에서 경주역으로 운행하던 경부선 하행 KTX-산천 열차가 대구 고모역 인근에서 차량 이상이 감지됐다. 현장에서 열차를 정차한 뒤 점검한 결과 동력차 바퀴 1개가 궤도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열차 승객 384명이 후속 열차로 갈아탔다. 이후 동대구역에서 부산역 간 KTX 열차는 한 개 선로를 이용해 차례로 양방향 운전을 했다.
또 일부 KTX 열차는 일반선으로 우회해 운행하면서 수시간씩 지연돼 무더위 속에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동대구에서 부산 하행 구간도 최대 150여분 지연됐다.
열차를 타고 내리는 전국 곳곳의 KTX 정차역 대합실과 플랫폼 등도 큰 혼잡이 빚어졌다.
대구역의 경우 코레일이 입석을 허용하고 동대구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을 위해 대형버스를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을 향하는 열차 내부는 매우 혼잡해 불편을 호소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한 시민은 “승객이 몰리면서 열차 내부는 출근 시간 시내버스 수준으로 붐볐다”며 “화장실 문까지 열고 탑승한 승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동대구역 앞 인도는 코레일이 지원하는 대체 버스에 탑승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 버스 탑승 대기 시간까지 길어지면서 곳곳에서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코레일측은 45인승 전세버스 60대를 긴급 투입했지만 승객 운송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부산역의 경우 18일 저녁 7시부터 열차를 타지 못한 승객들로 대합실이 붐볐다.
승객들은 늘어나는 인파에 대합실 온도와 습도가 오르면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더위를 피해 에어컨이 가동되는 대합실 주변 음식점 등은 빈자리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서울역에서도 서울발 부산행 열차가 잇달아 지연됐고 도착 열차들도 연착했다. 이동량이 많은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사고가 겹치자 승객들은 사무실을 찾아 열차 출발 시각을 문의하거나, 연착에 항의하기도 했다.
코레일은 이번 사고로 KTX와 SRT 등 153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며 고객들에게 택시비 등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보상 내용과 신청 방법 등은 레츠코레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국민 여러분께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바퀴 축의 발열과 손상'으로 궤도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철도특별사법경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는 “사고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철도의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세풍·김선철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