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태극기는 '찬성' 게양대는 ‘글쎄’
서울시 시민의견 수렴 결과 공개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대로 추진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시는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대한 시민의견 수렴 작업을 지난 한달간 실시했다며 20일 결과를 공개했다.
접수된 시민 제안은 모두 522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9%(308건), 반대는 40%(210건)로 나타났다.
국가상징공간에 적합한 상징물로는 ‘태극기’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41%(215건)가 태극기를 꼽았고 무궁화(11건) 나라문장 및 국새(각 2건) 애국가 등이 큰 격차로 뒤를 이었다. 시 관계자는 “훈민정음 소나무 호랑이 광개토대왕비 독도 직지금속활자 등을 콘텐츠를 활용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태극기를 상징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당초 서울시 구상대로 게양대를 설치하자는 의견은 극소수였다. 이에 따라 100m 높이 게양대는 사실상 접고 대신 태극기를 활용한 다른 방식의 상징물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보훈’에 치우친 상징공간 = 시는 이날 발표에서 광장에 만들어질 국가상징공간에 22개국 6.25 참전용사들의 업적을 기리는 장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6.25 전쟁 시 광화문광장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한 것이 전쟁국면을 전환시킨 9.28 서울수복의 상징적 장면이었다는 해설도 달았다. 그간 태극기와 게양대를 고수한 이유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었음을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난관 끝에 어렵게 조성한 광화문광장을 보훈 콘텐츠만으론 채우기엔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한다.
광장 조성 과정에 깊이 관여한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국가상징공간에 과거를 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통합과 포용을 상징하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보훈도 의미가 크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극심한 갈등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의 도전과 과제, 이를 극복할 통합의 힘 등 미래 메시지를 담는데 주안점을 뒀으면 한다”며 “다가올 다인종·다문화 사회에 대한 대비, 사회통합의 시급성 등을 생각할 때 과연 ‘보훈’만으로 이 같은 상징성을 충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국가상징공간을 추가로 건립하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번 의견수렴 결과에서도 찬성(59%)에 못지 않게 ‘반대(40%)’ 의견이 높았던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가 공개한 시민 의견 가운데 ‘현재 광장 인근에 국기게양대가 있으니 추가 상징물은 불필요하다’ ‘세종대왕상 등 기존에 설치된 상징물도 충분하므로 현 상태로 유지하기를 원한다’ 등 되레 광장을 비우자는 의견도 다수 확인됐다.
◆고정형 아닌 가변형으로 = 전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비우면 최선이겠으나 정히 국가상징공간을 만든다면 유연한 구조물을 만드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시대정신이나 광장의 역사, 시민 참여 등에 대한 해석과 그에 따른 활용방안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고정불변의 것이 아닌 언제든 고쳐 짓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시대흐름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다양한 시민 의견을 중심으로 자유와 평화 등 인류 보편의 가치와 후손에게 물려줄 희생과 헌신의 의미를 모두 담은 조형물을 설치하도록 추진하겠다”며 “이를 통해 광화문광장을 국민이 공감하고 전세계인이 소통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