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료면허 검토…의협 “의료질서 혼란”

2024-08-21 13:00:01 게재

2021년 의대 졸업 후 16% 일반의 근무 … 진료역량 강화 vs 직업 자유 침해

정부가 의대 졸업 후 일정 수련을 거쳐야 단독진료를 할 수 있는 ‘진료 면허’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의대졸업하고 의사면허가 있으면 누구나 개원 등 단독진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 안전과 단독 진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일정 과정을 거친 이후 단독진료를 해야 하지 않냐는 문제제기가 의료계와 환자단체 안팎에서 있어왔다. 이번 의료개혁 논의에 이 안이 포함돼 거론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면허 질서를 혼란케 한다며 반대한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의료법 제정 당시의 면허 체계가 (변하지 않고)이어져 왔고, 독립적 진료 역량을 담보하는 데 미흡했다”며 진료면허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의 현행 의료인 양성체계를 보면 의대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의사 면허를 받는다. 의사 면허가 있으면 수련의·전공의를 거치지 않고도 일반의로 독립 진료를 할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면허를 받은 해에 바로 일반의로 근무를 시작한 비율이 2013년 약 12%에서 2021년 약 16%로 늘었다.

임상경험이 일정 수준을 갖춘 의사를 원하는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려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의료계에서도 2011년쯤부터 대한의학회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도 수련 제도와 연계해 진료면허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강슬기 복지부 의료인력혁신과장은 “환자의 안전을 고려했을 때 6년간 의대 교육 과정만 이수하고 바로 독립적으로 개원하거나 진료할 경우 환자 안전이 우려된다는 말을 의료계에서도 많이 해왔다”고 밝혔다.

의협은 즉각 반발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20일 진료면허 도입에 대해 “현행 면허 제도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으로, 현행 제도를 바탕으로 정립된 일반의·전공의·전문의·전임의 제도를 모두 어긋나게 해 의료 체계에 극심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환자 보는 의사 배출이 급감할 것이다. 진료면허 제도는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와 신뢰 보호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많은 정책을 의협의 참여 없이 진행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끌고가는 것이 맞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강 과장은 “해외 사례를 봐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의대 졸업 후 추가 수련을 마친 뒤 독립진료 자격·면허를 따야 개원도 하고, 의료기관에 채용도 된다”며 “진료면허 도입을 할 경우 면허 형태일지 자격 형태일지는 의료법 체계를 검토하면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 면허’ 도입 배경에서 인턴의 독립적 임상의로 양성 필요성과도 연결된다. 현행 인턴제에서는 임상의로서 전문성을 갖추는데 관리 주체도 없는 등 부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응급실을 많이 찾으면서 응급실 운영상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응급의료기관 총 408개 중 5개가 일부 기능을 축소한 것은 큰 부담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응급실 내원 환자 수는 평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 환자들의 분산 진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복지부는 관련해서 공공병원 등에서 야간 주말 발열클리닉을 운영한다.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지정 운영한 적이 있는 병원들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코로나19 환자를 입원치료할 계획이다. 상황이 악화되면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270개)과 긴급치료병상(436개) 보유 병원, 중앙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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