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3조원 투입
복지부 3년간 시범사업 … “지역 일차의료 연계 구축도 병행해야”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문의와 간호사 등 숙련된 전문인력 팀체계를 이루고 중증환자 진료중심으로 운영하는 구조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혁신적 의료공급 및 이용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유정민 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상급종합병원ㅇ 전문의와 간호사 등 숙련된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인력 구조를 재설계하고, 의사 인력의 40%까지 차지하던 전공의 비중을 20%로 줄인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 과장은 “상급종합병원이 기존처럼 진료량을 늘려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증환자를 잘 볼 수 있는 환경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상 방안 개편도 같이한다”며 “총 3조원 내외에서 투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환자실과 입원료 보상에 1조5000억원, 중증수술 보상에 5000억원, 사후 보상에 1조원 등을 할당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범사업은 하반기부터 3년간 시행한다. △진료 △진료협력 △병상 △인력 △전공의 수련 등 5개 분야 구조 혁신을 추진한다.
현행 체계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중증 환자가 39%이다, 이에 3년 안에 중증 환자를 6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의사 소견보다 환자가 원하는 곳으로 환자를 보내는 회송 행태가 강해 환자 중증도에 맞는 의료기관으로 안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의사 판단에 따른 전문 의뢰 시 상세 의사 소견을 명시하고 진료 협력병원 간에는 최우선으로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또 상급종합병원 내 일반병상 비중을 중환자에 적합하게 전환하고 일반병상을 줄일 계획이다.
서울의 경우 허가병상이 1500병상 이상이면 일반병상 15%를, 그 외 병원은 10%, 경기·인천 10%, 비수도권은 5%를 줄이는 것을 추진한다.
유 과장은 “당장 의무적으로 하기 보다는 중환자 병상 비중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성과보상금을 가져가는 구조를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 인력 구조는 전문인력 팀체계 중심으로 개편한다.
유 과장은 “전문의를 새로 채용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인력의 숙련도를 높이고 분절적으로 운영됐던 업무 구조를 팀구조로 재설계해 현행 인력하에 의료 질을 높이고 중증 환자를 잘 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의 업무를 어떻게 재설계할지에 대해 병원이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이행하도록 한다.
수련병원 의사인력의 40%대까지 차지하던 전공의 비중을 절반으로 줄인다. 수련생으로서 전공의 지위를 강화한다. 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당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근무 시간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축소한다. 전공의들이 밀도 있는 수련을 할 수 있도록 지도전문의를 확충 등을 지원하는 부분을 검토한다.
복지부 계획 발표에 대해 옥민수 울산대의대 교수는 “남은 인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와 간호사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고 병상당 전문의 수가 나와 있듯 병상당 간호사 수도 같이 고려해 평가를 설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서울은 허가 병상이 1500개인 경우 일반 병상의 15%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더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의료이용자의 합리적인 의료이용에 대해 발표했다.
윤 사무총장은 “환자보다는 의료소비자라는 확대된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평소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한 관리하고 무분별한 광고나 근거 없는 정보가 아닌 객관적인 정보 습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사무총장은 “의료는 공공재적인 성격이 중요하기에 무분별한 응급실 이용과 무조건 대형병원이 최고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의료계 의료소비자 정부가 한팀이 되어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이용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환자의 의료이용을 개선하려면 지역 일차의료 구축 강화를 통해 추진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울산대 의대 교수는 “의료이용은 생태계처럼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어 시범사업 추진이 의도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촘촘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정부 발표안에 상급종합병원 진료 구조를 바꾸겠다는 내용만 있고 이용자 측면에서 뭐가 바뀌는 것인지 계획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용자 시각에서 제도 변화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안된 의견을 수렴해 의료개혁방안을 보완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로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