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에 ‘필수공공시설’ 설치한다
서울시, 사업 추진 단지에 원칙 적용
주민요구시설 동시 추진, 갈등 해소
기부채납 의무 완화 ‘당근·채찍’ 병행
재건축 단지의 잇따른 공공시설 반대와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 양상에 변화가 올 전망이다.
서울시는 최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에서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됐다고 26일 밝혔다. 대교아파트의 49층, 912가구 정비사업 계획안을 결정한 이번 심의에서 관심이 모이는 대목은 공공기여 시설 관련 내용이다. 조합은 주변 학생과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체육센터를 만들기로 하면서 단지 안에 노인복지시설을 신설키로 합의했다. 시 관계자는 “시와 자치구, 조합 간 협의를 통해 타 단지들에서 기피시설로 외면받던 노인복지시설을 만들기로 했다”면서 “초고령사회 대비에 필요한 시설이라는데 공감하고 지자체와 주민이 합의를 일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적 의무와 사적 이해 ‘균형’ = 여의도 대교아파트 사례는 최근 확산 중이던 재건축 단지의 공공시설 기피 현상에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공공시설 기피 현상의 심각성을 지적한 본지 보도(내일신문 8월 2·6·8·12·16일 기사 참조) 이후 시는 갈등 개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최근 영등포구와 앙천구에 주민이 원치 않더라도 노인시설·저류조 등 지역 필수 시설을 짓는 것이 원칙이라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단지가 많은 일부 자치구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강경 입장만으로 주민 설득이 이뤄지진 않는다. 시가 택한 방식은 필수 공공시설을 주민요구시설과 함께 짓는 것이다. 대다수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공공기여 시설을 주민 위주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럴 경우 단지 확장에 따른 지역 기반시설과 주민요구시설이 충돌하게 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주민요구시설과 필수 공공시설을 동시에 건립하겠다는 서울시 해법은 주민 요구와 공공성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윈-윈(Win-Win)’ 전략”이라고 말했다.
시가 적극적으로 공공시설 갈등에 나선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관련 갈등으로 인해 재건축 사업 전체 일정이 늦어지면서 완공과 입주가 지연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공공기여로 짓게 되는 노인복시시설을 반대해온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들의 공공시설 반대 명분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주민요구시설은 단지마다 다르기 때문에 개별 단지들과 일일이 협상을 벌여야 한다. 사후 논의 방식이라는 한계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려면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 시가 이를 반영해 내놓은 대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정비사업 보정계수 조정’이다. 사업성 보정계수는 단지 또는 지역 간 편차를 줄이고 사업성을 높여주기 위해 지가 또는 단지 규모, 시대수밀도 등을 고려해 용적률을 높여줄 때 적용하는 수치다. 보정계수를 높이면 용적률 상향 한도가 높아져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재건축 단지는 공공기여로 내놔야 하는 공공임대주택 갯수를 조정해 조합원 분담금을 한 가구당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줄였다.
시 관계자는 “공공기여는 용적률 혜택의 댓가이지만 무리한 강행은 자칫 ‘규제 강화’라는 반발을 살 수 있다”면서 “주민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수익성 개선을 지원해 꼭 필요한 공공시설이 원활하게 확보되도록 균형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