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게 공교육 책무”

2024-08-26 13:00:10 게재

디지털교육 늘봄 무상급식 … 경남에서 전국으로 확대

보수텃밭서 3선 … ‘진보’에서 시작해 ‘보편’으로 확산시켜

경남지역에서 시작한 ‘진보적인 교육정책’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고 ‘늘봄학교’는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무상급식은 이미 ‘무상’이란 용어를 쓰지 않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보편화됐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대표적인 ‘진보교육감’이다. 고교 교사를 거쳐 ‘민선’ 교육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보수적인 지역분위기 속에서도 2014년 교육감 당선 후 내리 3선을 했다.

그는 “아이를 중심에 두는 새로운 경남교육을 만들기 위한 저의 도전은 2014년 이후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교육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또 그는 “경남교육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공교육의 책무성 속에 무상급식, 돌봄, 디지털 교육 그 어느 것 하나 변화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다.

박 교육감과 경남교육청 설명에 따르면, 학교 무상급식은 2007년 경남 거창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됐다. 2010년 교육감과 도지사의 합의로 2011년부터 경남교육청, 도청, 18개 시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추진됐다. 2015년 홍준표 도지사 시절 지원중단으로 인해 어려움은 있었지만, 2019년에 동 지역 고등학교까지 확대되면서 전 학교의 무상급식이 이루어졌고, 2022년에는 유치원까지 확대했다.

◆ 디지털교육 플랫폼 ‘아이톡톡’ 선제적 구축 = 박 교육감 제안으로 경남교육청은 2020년에 빅데이터·인공지능(AI)플랫폼 ‘아이톡톡’ 개발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도내 모든 학교에 학생1인·1스마트단말기(아이북)를 보급해 학생 맞춤형 교육체제를 가장 앞서 구축했다.

2023년 기준 AI 문항 및 콘텐츠 25만2783개를 확보하였고, 월평균 아이톡톡 접속자 수는 63만2000명, 톡톡클래스 사용 누적자 수는 391만9466명에 달한다. 특히 2025년 시행되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연계하고, 학습 수준에 맞는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여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교육감은 경남의 디지털 교육혁신과 관련해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교실 수업을 바꾸며, 미래 교육의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작한 ‘늘봄학교’의 기원도 경남이다.

경남교육청은 2021년 전국 최초로 거점통합돌봄센터 ‘늘봄’을 설립했다. 코로나19로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에서 자녀 돌봄에 어려움을 겪자 창원시 명서초등학교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늘봄 명서’를 설립했다. 말 그대로 ‘늘 본다’는 의미의 ‘늘봄학교’는 기존 방과후 학교와 돌봄 서비스를 통합한 형태다. 공적 돌봄의 본보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교육감은 “‘늘봄’은 학교 업무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기획되어 돌봄에 대한 학교의 부담을 줄이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통해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자체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지역맞춤형 돌봄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면과 서면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해 박교육감에게 물어봤다.

●3선 교육감으로 철학이 있다면.

정책의 완성은 아이들의 배움으로 실현된다. 교육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립’의 힘과 이웃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정신인 ‘공존’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충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 해법이 있다면.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상호 인격적 보완관계다. 교육감 직속으로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을 신설하였고, 교육인권경영담당이 함께 하고 있다.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으로 교사와 학생 모두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남은 입시교육, 경쟁을 지양하고 심지어 대학 평준화까지 말씀하셨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대적으로 경남이 학력이나 입시성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다.

학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입시 성적은 학업 성취를 평가하는 중요한 방법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학력은 입시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험, 학습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역량들로 설명될 수 있다. 경남 지역은 대입에서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생활기록부 위주 전형에 지원하고 있다. 또한 수시모집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정도로 수능을 대비하고 있어 전국 시도에 비해 수능 평균 성적은 다소 낮은 편이다. 하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의 수도권 주요 대학과 지역 국립대학의 입시 결과를 분석해 보면, 최근 3년간 우리 지역의 합격생이 증가하는 추세를 볼 수 있다.

경남 지역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경남대입정보센터(창원)와 서부대입정보센터(진주)를 중심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최신의 진학 정보와 학생 개별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김해 지역에도 동부대입정보센터를 개소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교육자치와 관련해 개선할 점은.

현재 교육자치라고 하지만 지방 교육재정은 정부의 교부금에 크게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올해 1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으로 보통교부금은 97%에서 96.2%로 0.8%p 줄었고, 이에 따라 특별교부금은 3%에서 3.8%로 0.8%p 로 상향되어 교육청의 재정 자율권이 축소되기도 했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교육예산의 확보가 필요하다.

교육감 직선제에 의한 교육자치는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제도다.

만일 교육감 직선제가 아니었더라면, 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교직원, 학생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교육감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교육감 선거에 대해 관심 부족과 과도한 선거비용 등 문제점도 있지만, 교육감 직선제의 목적과 취지를 살려 순기능을 강화하고, 현재 제기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적으로 3선 이후의 진로에 대해 도지사 출마설 등 여러 얘기가 있는데, 계획이나 포부는.

지금 주어진 임무에 집중하겠다.

지난 10년간 아이를 중심에 두는 새로운 경남교육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아왔고,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교육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자부한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위기와 지역 소멸, 기후 위기, 그리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현안은 교육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유보통합과 돌봄 강화 정책, 그리고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우리의 교육 환경을 급격하게 바꾸고 교육의 본질보다 기능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고 있다.

급격하게 변하는 교육 환경에 따른 새로운 문제를 짚고, 교육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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