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국증시를 위협하는 복병들

2024-08-27 13:00:03 게재

지난 8월 초 글로벌 증시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큰 폭의 하락장을 경험했다. 8월 5일부터 4일간 한국에서 12%, 일본에서 20%나 주가지수가 빠졌다. 특히 8월 5일에는 장중 12%, 15%가 각각 폭락해 역사상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글로벌 증시는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주말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9월 기준금리 인하 개시를 강력히 시사했고, 뉴욕증시는 1% 이상 오르면서 8월 5일 이전 수준을 완전 회복했다.

기업가치평가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상승

하지만 8월 초 주식시장의 발작으로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기업가치평가는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 상승해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S&P500지수 명목가치는 80% 상승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2배가 넘는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대중화시킨 ‘경기조정주가수익배수(CAPE 지수 또는 실러 PER)’는 현재 36배다. CAPE지수는 S&P500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을 S&P500 소속기업 전체의 지난 10년간 주당순이익(경기변동요인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계산한 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지금보다 높았던 때는 정보기술(IT) 버블이 최악이었던 2001년 증시폭락 당시뿐이다.

현재 뉴욕증시 주가는 대공황 직전이었던 지난 1929년(31.48배)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27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의 장기평균 CAPE지수는 16배 전후다. CAPE지수가 장기평균을 웃돈 경우는 1929년 대공황, 2001년 IT 버블, 2008년 금융위기다. 이 세 차례는 CAPE지수가 25를 넘었다. 당시 주가가 고점을 찍고 나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CAPE의 역수이자 실질수익률을 예측하는 지표인 ‘CAPE 수익률’이 역사적 최저치에 가까워져 있다. 실제로 CAPE 수익률은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의 실질수익률을 약간 앞서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변해 투자자들이 주식매도의 구실만 생기면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 상황을 급변케 할 요소는 크게 3가지다. 첫번째는 금융시스템 외부로부터의 충격이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그간 공언한 관세를 시행할 경우 이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의 상승과 동시에 경기침체가 촉발될 수 있다. 중동분쟁이나 우크라이나전쟁이 여러 국가로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중동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나 전쟁이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두번째는 금융시스템 내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이다. 주요 우려대상은 미국채시장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현재 미국 재정적자가 GDP의 7.4%에 달한다. 2025년 새 대통령이 법인세 감면을 실행하게 되면 미국의 취약한 재정상황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 이는 국채시장 붕괴의 촉매제가 될 수 있으며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9월말 결정될 신임 일본 총리도 큰 관심사다. 일본의 기준금리 추가인상은 더 큰 규모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요소는 성장률과 금리, 기업실적 변화 등 투자자에게 익숙한 경제상황에 관한 것이다. 최근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 상태로 접어들 위기는 아니지만 침체로 향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소비는 미국 GDP의 69%를 차지해 경기침체에 가장 중요한 잣대다. 최근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미국 가계의 낮은 저축률에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률이 3.6%로 코로나19 이전 수준(2000~2019년 평균 5.2%)보다 낮아졌다.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 증가도 소비를 제약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가처분소득에서 이자 지급액 비중이 2021년 3월 1.2%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5%로 올라갔다.

8월 초 주식시장 발작, 더 큰 폭락의 전조현상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 성장세도 같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게 될 것이다. 지난해 4월 3.4%였던 실업률이 올해 7월에는 4.3%까지 올라갔다. 앞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실업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난 다음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가 온다. 빠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다. 8월 초 주식시장의 발작은 더 큰 폭락의 전조현상일 수 있다. 완벽한 가격이 책정된 시장이라 하더라도 무너질 땐 한 방에 간다. 경기침체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길 때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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