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부통령 존재감 결여가 효자 노릇”
WP “바이든정부서 영향력 미미 평가” … “물가·이민 공동책임” 트럼프 공세 힘빠져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가 아주 부정적인데도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별 타격이 없는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고서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많은 게 이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해리스가 바이든의 부통령이자 최측근으로서 국민 불만이 높은 인플레 급등과 불법 이민자 문제,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의 혼란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로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을 인기가 없는 바이든 대통령과 한데 묶어 끌어내리려는 전략이지만 바이든의 인기 하락이 해리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 공화당이 분노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오히려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최대 약점인 경제와 이민 문제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WP는 진단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관련해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유권자의 인식 덕분에 바이든 행정부와 거리두기가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WP와 ABC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지난 9~13일 시행한 여론조사는 미국 성인 2336명에게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와 이민 정책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64%가 “약간”이나 “매우 조금”이라고 답했고, 33%만 “상당히” 또는 “매우 많이”라고 답했다.
이민 문제에서는 57% 대 39%로 해리스 부통령이 별 영향력이 없었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해리스 부통령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답변은 경제 11%, 이민 15%로 극소수에 그쳤다.
정당별로 보면 공화당 지지층이 해리스 부통령의 영향력을 민주당 지지층보다 더 낮게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영향력을 가장 낮게 평가한 집단은 무소속 유권자로 70%가 경제 정책에서, 62%가 이민 정책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봤다.
WP는 왜 미국인들이 해리스 부통령의 영향력을 낮게 평가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이 최근까지 해리스 부통령을 자주 접하지 못했거나, 정책이 그녀의 강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또는 그냥 부통령이라는 자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럴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국민들의 이런 인식은 선거의 핵심 이슈인 경제와 범죄 문제에 대한 신뢰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위를 약화시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로이터가 1028명의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지난 23~25일 실시한 조사에서 경제 문제와 관련, 전체 응답자의 43%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40%는 해리스 부통령의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고 각각 답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3%포인트 우위는 7월말 조사(11%포인트 우위)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며 오차 범위(±4%포인트) 내다.
범죄 문제의 경우 지난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을 선호하는 답변이 5%포인트 더 많았으나 이번에는 해리스 부통령과 40%로 동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민 문제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선호(45%)가 해리스 부통령(37%)보다 높았다.
전국 지지율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근소한 우위는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닝컨설트가 민주당 전당대회 종료 다음 날인 23일부터 3일간 전국의 781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결과(오차범위 ±1%)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4%포인트 많은 4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런 격차는 지난주와 같은 것으로, 전당대회 개최에 따른 상승세는 관측되지 않았다.
모닝컨설트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대결이 성사된 지난달 말 이후 일일 추적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