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공사비 갈등 '출구' 찾을까
서울시 중재 나서, 전문가도 파견
조합-시공사 합의 사례 속속 발생
갈등 사업장 여전, 지속 관리 필요
서울 재건축 사업 최대 복병인 공사비 갈등이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2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멈춰섰던 재건축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 해결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강북구 미아3·안암2 구역이 서울시 중재로 공사비 증액에 합의, 이달말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미아3구역은 110억원을 올리기로 합의했고 안암2구역은 공사비 등 관리처분계획 변경사항을 총회에서 의결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잠실진주·대조1구역·청담삼익·행당7구역 등 4곳에서 공사비 갈등이 해결됐다. 조합과 시공사가 적정 수준 증액에 합의하고 공사를 재개하고 있다.
◆전문가 중재·제3의 해법도 모색 =
재개발 재건축 현장의 공사비 갈등이 심화되면 서울시에선 전문가들을 파견해 분쟁 조정에 나선다. 정비사업 경험이 많은 시 직원, 회계사, 감정평가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코디네이터 팀이 적정 공사비 등을 산출하고 법률적 하자는 없는지 등을 검토한 뒤 시공사와 조합 간 합의를 유도한다.
조정 과정에서 눈여겨볼 것은 조합과 시공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면 제3의 해법도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미아3은 구역 내 잔여 획지(종교용지. 면적 1018㎡)에 공공기숙사를 건립해 SH공사에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공사비로 충당키로 했다. 80실 규모 기숙사를 짓게 되면 조합원들의 부담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시 관계자 설명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돈 얘기만 하면 협상이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며 “소송 등 갈등을 키우는 방향이 아니라 만남과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암2구역 사례도 마찬가지다. 조합은 지난해 11월 시공사와 변경계약을 체결했지만 시공사는 공사대금 미지급 등 사유로 이달 1일 조합원 분양분에 대한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입주가 불발된 조합원 가운데 일부가 임시거처를 만드는 등 갈등이 고조됐다. 할 수 없이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고 지난 22일 관리처분계획 변경총회를 거쳐 23일부터 입주가 재개됐다.
◆공사비 갈등,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
전문가들은 몇몇 사업장에서 갈등 해결 소식이 전해지지만 공사비 갈등이 완전히 출구를 찾았다고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한다. 현재 벌어지는 공사비 갈등의 원인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빚은 결과이며 이는 모든 사업장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당장 갈등이 심화돼 조만간 코디네이터 파견이 필요한 구역만 30여곳에 이른다. 2021년 이전에 공사비 계약을 맺었던 곳들은 공사비 증액 요청과 그로 인한 갈등 발생이 필연적이다. 정비업계에선 공사비 갈등이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지연돼 안정적으로 주택공급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국은 신뢰할 만한 공급 예상치를 내놓기 어렵고 주택 시장은 그 영향으로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현장에 개입해 갈등을 해결하고 주택공급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